한반도의 이상 기온이 요 몇 년 사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봄과 가을의 구분이 애매해지고 기온의 연교차가 커지고 있다. 100년 전부터 현재까지 관측 자료를 비교했을 때 평균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으며, 평균 강수량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지난 봄의 기온을 살펴보자. 3월 한 달 동안 이례적으로 8회나 눈이 내렸다. 21일이 춘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26일까지도 눈이 왔다. 그러고 나서도 4월까지 평균기온 10도를 채 넘지 못하며 추운 날씨가 계속 됐다.
5월 평균기온도 평년에 비해 2도가 낮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더워졌으며 아직 6월이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평년에 비해 높은 평균기온을 보이고 있다.
4월까지 겨울이라고 할 정도로 춥다가 5월, 봄이 드디어 오나 싶더니 어느 새 무더운 여름이 돼 버렸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봄이 오기나 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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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0년간 측정한 서울의 기온변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상청 |
더욱이 올해는 벚꽃축제도 짧았다. 춥고 흐릿한 날씨에 시들하던 벚꽃이 잠깐 피고 도망치듯 떨어져 버렸다. 원래 금방 피고 금방 진다지만 축제를 즐겨보기도 전에 지고 만 것이다.
한반도의 기후가 점점 아열대 기후를 닮아가고 있는 것일까.
온대와 열대 사이, 아열대 기후
아열대 기후는 ‘열대에 가까운 기후를 보인다’ 는 의미에서 분류된 것으로, 온대와 열대 중간지역에서 나타나는 기후를 말한다. 열대 지방에 비해 고위도에 있기 때문에 태양의 고도 차이에 의한 계절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온대지방처럼 사계절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고온기와 저온기로 구분이 되며 기온의 연교차가 매우 심한 것이 특징이다. 즉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있을 뿐이다.
사실 아열대 기후는 우리가 흔히 기후 분류에 사용하는 쾨펜의 기후 분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의 기후학자 블라디미르 쾨펜(Wladimir Peter Köppen)이 식생분포에 주목해 1918년에 발표한 기후 구분에는 세계의 기후를 크게 열대기후, 건조기후, 온대기후, 냉대기후, 한대기후로 나누고 있다.
아열대기후를 따로 분류해 놓지 않은 이유는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아열대기후라고 하더라도 덥고 건조한 지역이 있는 반면 습윤한 지역도 있고 계절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지역도 있다.
대륙의 경우에는 아열대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적어 건조한 기후를 보이지만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경우 계절풍이나 열대 저기압을 받아 습윤한 기후를 보인다.
뜨거워지는 한반도의 변신
우리나라의 경우 봄과 가을의 구분이 모호해 지고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아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나 나던 감귤이나 한라봉이 전남 해안지방에서도 재배가 되고 있다.
바나나가 서울에서 열리기도 하며 사과의 최적 생산지가 예산, 충주, 대구 등에서 경기 북부로 변화해 경기도 포천에서는 양질의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게다가 강원도의 인제나 양구 등에서도 사과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이었던 우리나라가 차차 아열대기후로 변화하고 있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해마다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여름철 열대야도 그 일수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여름철은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겨울은 반대로 강수량이 적어지면서 연교차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겨울을 생각해 보더라도 눈이 온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지난 해 강수량을 살펴보면 겨울철에는 106.6㎜로 평년보다 약 11.5% 감소했지만 여름철은 평년보다 12.9% 증가한 861.3㎜를 기록하여 계절별 편차가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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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한반도의 예상 기후 변화. 제주도를 넘어 남해안 부근까지 아열대 기후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청 |
지구온난화의 위협,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확연히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한반도에 번지고 있는 아열대성 병충해가 있다. 특히 재선충 같은 경우 우리나라의 소나무를 멸종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이 없어지는 것도 큰 변화다. 봄꽃과 단풍이 사라진다는 것은 여간 슬픈 일이 아니다. 이밖에 여름이 더욱 더워져 냉방을 목적으로 한 전기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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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금강산의 가을. 지구 온난화는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을 삼켜버릴지도 모른다. |
기온이 상승해 증가하는 병충해와 매년 늘어나는 강수량은 자칫 공들인 일 년 농사를 한순간에 망쳐버리기도 한다. 벼농사뿐만이 아니라 과일, 채소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들을 우리 손으로 구하기 힘들어 지는 것이다.
남해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 태풍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제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환경을 바꾸고 자연 환경, 식탁, 에너지에서 경제까지 다방면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인류와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온난화는 지구에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가장 큰 숙제다.
스토리-2
(사진설명) 및 아열대 기후에 서식하는 '(가칭)영양사슴하늘소'가 안동대 생명과학과 이종은 교수에 의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북 영양지역에서 발견됐다./문성규 Source: 연합뉴스
한반도 내륙 아열대화(?)..희귀곤충 발견 [연합뉴스 2004-06-18]
(안동=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 한국 연안의 아열대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내륙에서도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곤충이 잇따라 발견돼 관심이 모이고 있다.
17일 안동대 생명과학과 이종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1년 7월 22일과 2003년 6월 30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경북 영양군 일대에서 동남아 등 열대 및 아열대의 다습한 산림지역에서 서식하는 `(가칭)영양사슴하늘소'를 발견했다.
이 교수는 이를 국내학회에 보고한 데 이어 최근 영국의 유명 학술지인 `엔터머라지컬 먼스리 매거진(Entomological monthly magazine)'에 관련 내용과 사진을 기고했다.
1912년에 첫 발견돼 `아우토크라테스 아에네우스(Autocrates aeneus)라는 학명을 가진 이 곤충은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일부 등에만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몸 길이가 6.2㎝, 몸통 너비가 2㎝나 되는 이 곤충은 턱은 사슴벌레를, 긴 더듬이는 장수하늘소를 각각 닮았으나 더듬이에 이빨이 있고 좌우 비대칭인 점이 장수하늘소와 다르다.
온대지방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이 곤충이 발견된 것은 그 분포영역이 한국까지 확장된 것을 의미해 생물지리학적으로 큰 의의가 있으며, 국내 학계에 전혀 보고가 안 된 대형 갑충이라는 점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이 교수는 "이 곤충은 습도가 높고 산림이 우거진 곳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영양지역의 민감한 특정환경이 서식 배경인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어 이 곤충이 서식했는지 여부는 연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서식지 공개로 인해 멸종이 우려됨에 따라 멸종위기종 지정 등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정확한 분포와 서식밀도 등에 대한 정밀 학술조사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 영양군은 오는 18일 개관하는 반딧불이 생태학교 전시관에 `영양사슴하늘소'의 대형 사진을 전시할 예정이다.
스토리-3
한반도 연안 수온 매년 0.024도 상승 수산과학원 국제심포지엄 한반도 근해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보다 안쪽의 연안은 좀더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해 연중 따뜻한 수온을 유지하는 아열대성 바다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경대 강용균(해양학과) 교수는 28일 국립수산과학원 주최 ‘기후변화가 해양수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논문 ‘한반도 연안 표면온도의 아열대화 경향’을 통해,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한반도 연안에서 갈수록 수온이 올라가면서 연중 수온차는 줄어드는 아열대성 바다의 특징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논문에서 1936년부터 1995년까지 60년 동안 한반도 연안의 수온은 해마다 평균 0.007도씩 상승했다. 그러나 1966년부터 1995년까지 최근 30년 동안에는 해마다 평균 0.024도씩 상승해, 수온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연안 바깥쪽의 근해가 최근 60년 동안 해마다 0.008도 상승했으나 , 최근 30년 동안에는 해마다 0.019도씩 상승한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계절별로는 겨울철 수온 상승 정도가 가장 심해 최근 60년 동안에는 해마다 0.020도씩 상승했으나, 최근 30년 동안에는 해마다 0.035도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여름철에는 최근 60년 동안 해마다 0.014도씩 수온이 떨어져, 갈수록 겨울과 여름의 수온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초겨울에도 독돔, 철갑둥어, 세동가리돔 등 아열대성 어종과 대형 해파리가 남해안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희동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연구팀장은 “한반도 연안과 근해 모두 수온 상승 등 아열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연안은 수심이 얕고 강물 유입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아열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60년 동안 매일 측정한 남해안 6곳, 동해안 6곳, 서해안 6곳 등 18곳의 수온자료를 기초로 이뤄졌다. <출처 : 한겨레신문> |
스토리-4
최초보고! 열대성어종 ‘꼬치삼치’ 동해 왕돌짬 출현 | |||||
1m 30cm '대물', 제주에서도 보기 어려운 어종… 한반도 해역 ‘아열대화’ 증거권역:경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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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점심 무렵에 왕돌짬에서 부시리를 노리던 중 열대성 어종인 '꼬치삼치'를 포획한 오리엔탈 스포츠 피싱클럽 회원 이원혁씨입니다. |
동해바다가 숨겨 놓은 어자원의 보고, 왕돌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구경하기 어려운 열대성 대형어가 낚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꼬치삼치’라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 물고기는 호주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빅피싱을 즐기는 마니아들에게 '와후(Wahoo)라고 불리는 인기있는 낚시 대상어입니다. 꼬치삼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일부 지역에서만 극소수 포획됐던 희귀한 어종입니다.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기 때문에 온대 기후 지역인 우리나라에서 개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다음 날인 9월 6일에는 이태용 회원이 전날보다 약간 더 큰 '꼬치삼치'를 낚았습니다. |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과거 수년에 한번 꼴로나마 포획된 적이 있는 제주도가 아니라, 동해중부에 해당하는 왕돌짬에서 출현했다는 사실입니다. 제주 해역은 쿠로시오난류의 지류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역입니다.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맞물려 급격하게 아열대화가 진행중인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꼬치삼치가 포획된 왕돌짬 해역은 제주도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쿠로시오 난류의 지류인 쓰시마난류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열대성 어종이 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꼬치삼치가 포획되던 날 낚시인들을 안내했던 현지 선장조차 “십수년 동안 왕돌짬 주변에서 조업과 유어업을 해왔지만 이런 고기는 처음 본다”고 얘기했을 정도입니다. 이번 일은 한반도 해역의 아열대화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둘째날 낚인 꼬치삼치를 현장에서 실측했더니 1m30cm 정도가 나왔습니다. '꼬치삼치'는 최대 2m 넘게까지 자라는 대형어입니다. |
동해에서는 처음으로 꼬치삼치를 낚은 주인공은 ‘오리엔탈 스포츠 피싱클럽’ 회원인 이원혁씨와 이태용씨입니다. 지난 9월 5~6일 이틀 동안 부시리를 대상으로 지깅과 파핑을 즐기기 위해 왕돌초를 찾았다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괴어’를 끌어내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이 소식은 같은 동호회 운영진인 김종덕씨가 ‘디낚’동호회조황 게시판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
'꼬치삼치'는 열대성 어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일은 한반도 해역 아열대화의 한 증거인 것으로 보입니다. |
더욱 놀라운 일은 꼬치삼치가 이원혁씨와 이태용씨에 의해 이틀 연속으로 2마리나 낚였고, 이 사실을 제보한 김종덕씨 역시 입질을 받았다가 터트렸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모두 세 차례나 꼬치삼치 입질을 받은 셈입니다. 이는 제주도 해역에서 몇 년에 한 마리 구경하기 어려운 꼬치삼치가, 왕돌짬 해역에 무리지어 접근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지깅 마니아들이 벌써부터 후속 출조를 계획중인 상황이므로, 또 다시 꼬치삼치가 낚였다는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
- 동해에 열대어종 잇단 출현
- 수온상승으로 명태등 한류어류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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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아열대성 기후 변화는 국내 생태계에서 뚜렷이 포착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최근 우리나라 동해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아열대성 어종들이 동해 연안 울산에서부터 강원도 최북단 고성 연안까지 빈번히 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한류성 어종인 명태, 대구, 도루묵 등의 어획량은 감소하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은 크게 증가했다는 것. 실제로 지난 6월 중순에는 후포 연안 정치망에서 열대나 아열대해역에서 주로 분포하며 새치류 중에서 가장 열대성이 강한 흑새치가 잡혔고 6월 말에는 강원도 양양군 인구리 방파제에서 열대, 아열대 및 온대해역에 서식하는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한류 및 난류의 교차해역인 동해 왕돌초 주변해역의 수중잠수조사결과 약 20%정도가 야열대성 어종인 줄도화돔, 파랑돔, 자리돔, 거북복 등이 차지했다. 또한 독도나 울릉도 주변해역에서도 출현 어류의 분포 양상이 점점 남해안이나 제주해역의 분포양상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수산연구소는 이 같은 일련의 변화가 전반적인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온의 상승에 의해 이들의 분포해역이 확장되어 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동해안 표층 수온이 지난 36년 동안 0.82도 상승됐으며 최근 그 상승폭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해양생태계 뿐만 아니라 육상생태계에서도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아열대 기후인 중국 하남지방이 원산지인 가중나무의 경우 과거 중부 이남에만 자랐으나 최근 서울 남산에서 다수 포착되고, 속리산에서 자라던 오죽이 서울에 정착하고 있다. 아열대성 수목병원균 푸사리움 가지마름병도 지난 96년 발견된 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동남아 원산 해충인 대벌레류도 지난 83년 삼척에서 발견된 후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또한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곤충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난 17일 안동대 생명과학과 이종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1년 7월22일과 2003년 6월30일 두 차례에 걸쳐 경북 영양군 일대에서 동남아 등 열대 및 아열대의 다습한 산림지역에서 살고 있는 ‘(가칭)영양사슴하늘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생태학자들은 최근 이 같은 일련의 생태계 변화에 대해 지구촌 온난화 등으로 인한 한반도 의 아열대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경북대학교 생물학과 추연식 교수는 “최근 지구촌 기온 상승 등으로 한반도 생태계의 아열대화가 뚜렷하다”며“하지만 한반도 전체적인 기후변화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필요한 만큼 관련 분야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재경기자
스토리-5
한반도는 지금 아열대 농업 실험 중
작물 지도 바꾸는 지구 온난화 익산·목포=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 제124호 | 20090726 입력
여름 휴가철과 함께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도를 넘어서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달 초순과 중순에는 평년과 비슷한 무더운 날씨가 예상된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아열대화하고 있다. 기상연구소는 올 3월 ‘한반도 기후변화 현재와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2100년이 되면 연평균 기온이 4도나 올라 남한 지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침 올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벼 2기작 실험을 하고 있다. 기온이 많이 올라갔으니 동남아 국가처럼 한 해에도 벼를 여러 번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다. 그런데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중앙SUNDAY가 벼 2기작 실험 현장인 전북 익산과 전남 목포를 다녀왔다.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도까지 올라간 22일 전북 익산시 송학동 벌판. 벼이삭이 막 패기 시작한 푸른 논 사이로 듬성듬성 검은 흙바닥을 드러낸 곳이 눈에 띈다. 진초록 벼 잎이 빽빽이 자라고 있는 건너편 논과 대조적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이상하다. 이곳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이 올 3월 30일 모내기를 한 논이다. 한반도에서도 벼 2기작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실험 현장이다.
벼 2기작이란 한 해 동안 같은 땅에 벼를 연이어 두 번 심고 거두는 것을 말한다. 벼 2기작은 원래 중국 양쯔강 남부나 베트남 등 아열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국내에서 온실이 아닌 노상에서 벼 2기작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최초로 행해진 한반도 벼 2기작은 ‘시기상조’였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벼 2기작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과학원은 올 3월 20일부터 극조생종 ‘둔내벼’를 네 차례 나눠 심었다. 3월 20일에 모내기 한 벼는 꽃샘추위를 맞아 초기에 95%가 죽어버렸다. 3월 30일에 심은 벼도 4월 초 기온이 세 차례 영하로 내려가면서 냉해를 입어 절반만 살아남았다. 반면 바로 옆 4월 10일 모내기를 한 벼의 이삭은 벌써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국립식량과학원 구본일 박사는 “실험 순서에 따라 다음달 중순께 수확을 하고, 다시 모내기를 할 예정이지만 이 상태로는 벼 2기작이 힘들 것 같다”며 “벼 2기작이 성공하려면 앞으로도 연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정도는 더 올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평균 온도가 15도 이상인 5월 말, 6월 초에나 모내기를 한다. 이후 추수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130일로, 10월 초·중순께 가을걷이를 하게 된다. 과학원은 벼 2기작 실험을 위해 모내기를 두 달여 당겨본 것이다.
구 박사는 “내년에는 국내 품종보다 더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중국 동북 3성이나 일본 북부의 홋카이도 품종으로 다시 2기작 실험을 해 볼 것”이라며 “지금의 온난화 속도라면 앞으로 20년 정도 더 지나면 우리나라도 어려움 없이 벼 2기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최초의 벼 2기작 실험은 ‘아직은 이르다’로 잠정 결론났다. 하지만 농진청은 지난해 말 이미 본격적인 아열대 작물 재배 연구에 들어갔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불가항력이라는 전제 아래 앞으로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다. 농진청이 추진 중인 15개 어젠다 중심 연구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응 미래 농업기술 개발’이라는 이름의 과제다.
우리나라 최남단인 제주도의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온난화 대응 농업연구센터’가 바로 이 과제가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농진청은 이곳을 우리나라 아열대·열대 작물 실험의 ‘메카’로 삼아 최근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재배 가능한 고소득 작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오등동 연구센터의 온실과 노지에는 이미 사탕무와 오크라 등 30여 종의 열대·아열대 채소가 시험 재배되고 있다. 2020년 제주도와 한반도 남부지방 등 국내 전체 경지면적의 17%가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그동안 온난화 대응을 위한 작목으로 아티초크와 오크라 등을 개발해 농가 보급에 힘쓰고 있다. 아티초크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간이나 신장에 좋은 고급 채소다. 최근 연구센터 노지 실험을 통해 제주에서 겨울나기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혈당치를 낮추는 기능성 열대 채소인 오크라와 쓴오이도 적응 실험이 진행 중이다. 특히 칼슘이 시금치보다 45배나 많은 인디언 시금치는 12월까지 난방을 하지 않는 하우스에서 재배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카레 원료로 쓰이는 강황, 설탕 원료인 사탕무, 관상용으로 이용되는 차요테 등도 시험 재배에 들어갔으며, 숙취 해소에 좋다는 아스파라거스는 비닐을 이용한 차광 재배로 노력을 절감하는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열대과일 망고는 이미 제주도에서 인기 작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망고는 1980년대 후반 제주도 일부 농민이 선도적으로 도입해 2000년 이후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 2006년 34개 농가 15.1㏊에서 지난해에는 55개 농가 25.7㏊로 재배면적이 확대됐다. 망고는 아직 온실재배로만 가능하다. 농업진흥청은 망고 재배면적 확대를 위해 온실 난방비를 30% 절감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용과도 20여 가구 이상의 농가에서 재배 중이다. 용과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문두경 기획실장은 “제주도는 우리나라 온난화의 최전선 지역으로, 기후변화 대응 작물 적용 연구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기후변화에 따라 새로운 소득 작목을 찾는 농가에 도움을 줄 열대 및 아열대 작물을 도입해 재배환경과 품종 개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6
기상청 “21세기말 한반도 동·남해안 겨울 사라질수도”
기상청이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같은 속도라면 21세기말이면 제주도,울릉도, 동·남해안 지역의 겨울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져 우려된다.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기후변화이해하기Ⅱ-한반도 기후변화: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912년부터 2008년까지 96년간 1.7도 올랐다.
비슷한 기간(1912∼2005년) 전 지구 평균기온이 0.74도쯤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온난화 속도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셈이다.
이러한 급격한 기온 상승의 30% 가량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결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기온상승에 따라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화하는 경향도 가파르게 확대됐다.
겨울이 지속되는 기간은 22∼49일 가량 짧아져 봄이 더 일찍 찾아오는 반면 여름은 13∼17일 가량 길어졌다.
여름철 강수량은 늘어나고 집중호우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눈보다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상청은 지금 추세대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께에는 제주도와 울릉도, 동해안, 남해안 등 지역에서 겨울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반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의 2배에 달하면서 연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4도 오르고 연강수량은 17%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반도의 생태계가 완전히 변화하고 열대성 질병이 확산되는 등 기후변화의 폐해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집중호우와 강수량의 지역별 편차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가뭄과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주변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오른 탓에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의 위력도 배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토리-7 한반도가 아열대기후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8월 연일 폭염이 내리쬐는 가운데 서울 신문로에서 광화문 사거리 방향 도로에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피어오르고 있다. |남호진 기자 계속된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서울시민들이 늦은 밤 청계천에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다. |경향신문 아열대화로 접어들면 상시적인 방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보건소 직원이 교실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저탄소관광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서귀포시에서 송악산 정상으로 오르는 제주 올레 제10코스를 오르고 있다. | 제주올레 제공 아열대기후에선 폭염으로 인한 병원 방문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시민들이 손이나 종이로 햇살을 가린 채 걷고 있다. |정지윤 기자
2050년 한국 인구 10명중 1명은 외국인
기사입력 2009-09-03 06:15:26
남북한 통합인구 6천700만명..600만명↓
1인당 국민소득 8만달러..최선진국 근접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50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8만달러로 최선진국 수준에 근접하지만 남북한 통합인구는 6천700만명으로 올해에 비해 600만명이 줄어들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 아열대화로 소나무는 찾아보기 힘들게되고 대표 수종은 졸참나무로 바뀔 전망이다.
3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최근 정부에 제출한 '그랜드 비전 2050:우리 국토에 영향을 미칠 미래변화 전망 분석' 용역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제4차 국토종합계획 재수정을 추진하는 정부가 계획 기간이 2020년까지 불과해 2050년까지 장기 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부는 이를 반영해 이르면 올해 말까지 세부 추진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를 보다 큰 틀에서 분석하기 위해 국토비전 2050의 메가트렌드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각 분야 전문가와 교수들이 참여해 큰 틀의 메가트렌드를 찾아낸 상태며 정부는 이 가운데 어떤 부분을 반영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2050년 우리나라의 메가트렌드를 ▲저인구.초고령화.다문화 사회 ▲신중세 시대 ▲기후변화 ▲여가문화 르네상스 ▲세계 초광역권 경제권 ▲IBEC(정보산업,바이오산업,에너지산업,문화산업) 융합 초기술 ▲한반도 구조적 변화로 규정했다.
우선 우리나라는 2050년 남북한 통합 인구가 6천700만명(한국 4천200만명, 북한 2천500만명)으로 올해보다 600만명 감소(한국 700만명 감소, 북한 100만명 증가)하고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1%에서 0.8%로 낮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초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역사다리꼴 형태로 변하게 된다. 출생아 수는 2010년 43만5천명에서 2050년 19만3천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2050년 고령화 비율이 38.2%에 달해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전망이다.
국내 외국인 체류자는 1995년 26만9천명에서 2007년 100만명을 기록했으며 2020년 254만명을 기록한 뒤 2050년 409만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990년 외국인 인구 구성비는 0.11%에서 2020년에 5%, 2050년 9,8%로 늘어난다. 즉 인구 10명당 1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또한 E7(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의 경제 규모가 2050년에 G7 경제 규모의 150%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은 E7에 속할 수 있는 상당한 경제규모를 갖추면서도 이들 국가 중 미국, EU, 일본 등 최선진국들과 매우 근접한 발전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신성장동력 확보와 지식기반 경제로 인해 2050년 1인당 국민소득 8만달러 부국으로 성장해 작지만 경쟁력 있는 강소국으로 떠오르며, 유럽연합(EU) 경제권, 북미경제공동권(NAFTA), 아시아연합경제권(AU)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평가됐다.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향후 100년 후에는 추가로 4℃ 더 오르고 강수량도 17%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남한 내륙지역은 3.8℃ 상승하고 고위도로 갈수록 기온 상승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 변화로 대규모 홍수, 가뭄, 지진 등의 발생 가능성이 늘고, 한반도 아열대화로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소나무 대신 더위에 강한 졸참나무가 한반도 대표 수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 대부분 지역에서 사과나무도 키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 세계를 지배하는 산업은 IBEC며 노동시간의 50%를 로봇이 대체하면서 인간은 좀 더 창조적이고 지적인 일들만 담당하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남북한 경제통합과 소득 균등화에 40년 정도 소요되며 2050년께 경제적 통합이 어느 정도 진척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자연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에도 변화를 불러 온다. 사계절에 길들여 있던 의식주와 체질의 변화는 물론이고 슈퍼폭풍, 집중호우와 이상가뭄, 물부족사태 등에 직면할 것으로 예견된다. 더 나아가 절기에 따른 세시풍속 등 전통문화와 단절되어 민족성마저 바뀔지 모른다. 게다가 없는 사람들에겐 아열대는 큰 고난이다. 폭염과 각종 질병에 심각하게 노출되는 것. 아열대기후가 불러올 우리 삶의 변화, 그 불편한 내일을 미리 내다봤다.
크리스마스에 눈을 본 지 오래다. 남부지방은 물론이고 북부 산간에서도 눈 소식은 없다. 일부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영화 속에서나 본 눈을 구경하러 부모를 따라 북유럽이나 러시아로 여행을 떠난다. 서민과 중산층들은 오랜만에 물 밖으로 제 모습을 드러낸 한강둔치나 잠수교에서 불꽃놀이로 크리스마스의 흥분을 대신할 뿐이다. 빙어축제, 눈꽃축제는 ‘화보’에만 존재하고, 아이들은 닌텐도 등 게임기 속에서 눈싸움을 즐긴다.
짧지만 그래도 겨울은 소중하다. 지난 여름 내내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계속됐다. 도심 곳곳은 비둘기 사체와 음식쓰레기 악취 탓에 고통의 나날이었다. 점심식사를 겸한 하루 두 시간 정도의 오침이 없었다면 업무도, 학업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도 더운 게 낫다”는 말은 이제 서민들에게 욕이나 마찬가지다. 극심한 폭염은 노인, 노숙자와 빈민 등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에 따라 ‘전력 복지’ ‘폭염 무상의료’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명태 없는 명태 축제’ 늘어난다
동남아 어느 국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2070년 아열대 기후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지나친 상상력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기상청 보고에 따르면 2020년부터 남부지방, 2070년이면 한반도 남녘 전체가 아열대기후에 편입된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풍경인 것이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가 내놓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21세기 말(2071∼2099년) 한반도 기온은 현재의 연평균(6.4∼16.2도)보다 4도 상승하고 강수량도 현재 연평균(972.2∼1850.7㎜)보다 17%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한 마디로 겨울과 얼음, 눈 따위가 사라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관과 식생(植生)이 나타나는 것이다. 보통 아열대는 1년 월평균 기온이 6도를 넘고, 20도 이상인 달이 4∼11개월인 지역을 말한다. 기상정보서비스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630예보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온 상승과 함께 습기가 많은 아열대습윤기후에 해당할 것”이라며 “특히 기온상승률이 세계 평균 기온상승률보다 2배 정도여서 예상보다 빨리 아열대기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겨울철은 지역에 따라 약 22∼49일 짧아졌고, 반대로 봄철은 6∼16일, 여름철은 13∼17일 길어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서울의 경우 2090년엔 여름이 5월 초순에서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늘어나고, 12월 말에 시작한 겨울은 2월 중순이면 봄바람에 밀려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주요 작물의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는 것. 농촌진흥청이 공개한 지난 10년간 주요 농작물의 재배면적 변화 추이에 따르면 제주 특산품이던 감귤의 재배지가 전남 완도, 여수, 경남 거창으로 북상했으며, 한라봉도 서귀포에서 전남 보성, 담양, 순천, 나주로 재배면적이 내륙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과의 경우도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주재배지는 대구에서 예산으로, 안동 및 충주에서 강원도 평창, 정선, 영월로 북상했다. 바다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명태가 사라진 동해바다에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대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희귀한 아열대성 생물들이 종종 출현하고 있다. 전 바다에서 대표적 온수성 어종인 고등어와 멸치의 어획량도 증가 추세다.
지역 특산품의 이동은 지역축제의 존망을 좌우한다. 제주 눈꽃축제는 적은 강설량 탓에 이미 문을 닫았고, 1999년부터 매년 4월에 열리던 강원 원주의 치악산 복사꽃축제는 복숭아 나무가 줄고 개화시기를 맞추기 힘들어 지난 2008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태의 주산지로 알려진 강원 고성군은 ‘명태 없는 명태축제’를 개최한 지 벌써 수년째이고, 강원도 지역의 빙어축제는 안전을 보장할 만한 얼음 두께가 만들어지지 않아 매년 고려 대상이다. 반면 기후 온난화를 이용해 새로운 축제를 유치하는 곳도 있다. 제주를 대표했던 유채꽃 축제는 온난화로 인해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스키장 감소, 황사마스크는 기본
아열대로의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패턴도 변화시킬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남향주택을 선호했지만 한반도가 아열대에 편입되면 북향을 선호할 것으로 보이고, 겨울철이 따뜻해지면 해충과 바이러스가 죽지 않아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높다. 식목일의 경우 현재도 열흘 이상을 당긴 3월 하순 초반이 알맞다는 주장이 많으며, 2070년대 즈음엔 모피가게는 짐을 싸고 빙과가게 앞엔 줄을 서는 풍경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방학도 조정 대상이다. 지금도 부산시의 경우 겨울에도 1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추운 날이 거의 없다. 반면 여름에는 방학 전부터 더위가 시작되거나 방학이 끝난 뒤에도 혹서와 태풍 등으로 교육청과 일선학교 간에 휴교 여부를 두고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현재는 과도기적 단계로 학교장 재량에 맡기고 있지만 향후 우리 지역에 맞게 방학 일정을 조정해 학생의 불편을 덜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온도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야는 패션업계. 특히 모피는 겨울 온도의 리트머스로, 따뜻한 겨울에 모피가 잘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까지 중부지방 도시에는 모피옷 상설할인매장이 존재하지만 부산 등 남부지방의 도시에선 상설매장은 물론, 백화점에서도 모피옷 코너들이 거의 철수했다.
전자제품 업계도 ‘아열대형’으로 바뀌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가전업계에서는 높은 습도로 눅눅해진 집안의 습기를 제거하고 세균 번식의 우려를 막기 위한 다양한 웰빙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뽀송뽀송’ 가전제품이 등장하는 것. 향후 제습기, 에어컨, 스팀청소기, 유아용품 살균 건조기, 공기청정기, 음식물처리기 등에서 상당한 제품 개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가전업계의 전망이다.
겨울철에는 오히려 온난화로 인해 야외활동이 증가할 것이지만 반대로 여름엔 폭염 발생 빈도가 늘면서 야외활동이 위축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반기성 센터장은 “최근 몇해 동안 국토대장정 등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올해 상당수의 행사가 취소됐다”며 “폭염 빈도가 높아질수록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여름 야외활동은 상당히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구온난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고상백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에 따르면 36.5도에서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사망률은 28.4% 증가하고, 폭염이 7일 이상 지속될 때는 사망률이 9% 이상 증가한다.
폭염은 레저나 스포츠에 있어 실내 활동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스키장 운영기간이 줄어들자 아예 두바이 등지에 실내스키장을 만들어 스키마니아들을 유치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스키장의 경우에도 인공설 운영비가 부담이 되는 곳부터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이나 물썰매장으로의 시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민에게 더욱 뜨거운 아열대, 빈자의 고통
강수량의 증가는 주거환경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제습기능의 가전제품 구비는 물론이고 습기가 많이 올라오는 1층은 필로티 등으로 대부분 비워둘 것이다. 또한 고지대에 부촌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는데, 습기가 많은 홍콩의 경우 지대가 높은 쪽에 고급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릴 경우 강의 범람과 주택 침수 등이 잦아지면 일본이나 네덜란드처럼 부양주택이 등장할 수도 있다. 옥상정원 등 에너지 절감형 주택문화는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사막화에 의한 황사, 미세먼지 발생이 심각해 이에 대한 생활상의 대비도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사로 인한 개인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 취약한 IT 등 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황사가 불면 불량률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밀장비 또한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반기성 센터장은 “황사마스크의 발달을 보면 향후 아열대기후에 대한 위생 대책을 보는 것 같다”며 “봄철 레저활동에 있어 황사 대책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후변화는 특히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폭염일수 빈도와 강도의 증가에 의한 사망자 발생이 늘 것으로 보인다. 2003년 프랑스 파리의 경우 8월 초에 40도를 넘는 폭염이 발생하자 노인과 병약자 등에서 사망자 수가 1만5000명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우 매년 평균 240명 이상이 폭염과 관련하여 사망하고 있다. 고상백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기온과 사망의 관계를 연구한 역학연구에 의하면 기온과 사망은 U, J자 형태를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17~25도 사이에는 사망률이 낮고 이보다 기온이 높거나 낮을 경우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매개곤충과 미생물 등으로 인한 감염성 질병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 교수는 “기온, 강수량, 습도의 변화는 원인 병원체와 매개동물, 인간에게 영향을 준다”며 “특히 모기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과 설치류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고 말했다.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팀이 강수량·최고 기온·습도와 질병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쓰쓰가무시증·말라리아·신증후군출혈열·렙토스피라증·세균성이질·비브리오패혈증이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대부분의 질병 발생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쓰쓰가무시증은 2001~2005년 10월에 정점에 이른 뒤 11월에는 뚝 떨어졌으나 2006~2007년에는 11월에도 환자가 10월만큼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열대·아열대지방 풍토병인 ‘뎅기열’을 전파시키는 ‘흰줄숲모기’ 유충이 발견되기도 했다. 뎅기열 바이러스를 가진 흰줄숲모기에 물리면 발열,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출혈과 순환장애 등 증상이 악화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뎅기열은 지난 1991년부터 4년 동안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휩쓸어 35만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질병에 노인이나 노숙자, 빈민 등 사회적 소외계층, 약자들이 심각하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폭염이 와도 돈 있는 사람들은 냉방시설과 의료기관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기온 상승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 비용이 상당히 올라간다면 중산층까지도 냉방에 부담을 느낄 것이고, 이들 또한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엔 쪽방촌의 방 온도가 바깥보다 5도 높고 한낮 습도는 72%까지 오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하자작업장학교가 7월 27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 돈의동 쪽방촌의 65세 이상(평균 연령 73세) 고령 가구 20곳의 실내기온을 조사한 결과, 여름철 실내 권고 기준치인 26~28도보다 4~5도 높은 31~32도로 조사됐다. 단열 시설이 전무한 노후 건물에 미로처럼 작은 방들이 붙어 있어, 마치 집열판 같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모아진 열기가 밤새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높은 습도는 더 큰 골칫거리. 볕이 잘 들지 않는 위치에 있어 퀴퀴한 방안은 불쾌지수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들 가구 내 습도는 오전에는 실외와 차이가 없지만 오후에는 평균 72%로 실외보다 12% 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을 위해 권고되는 여름철 습도(60%)보다 매우 높은 수치다.
때문에 노인들의 체온도 그만큼 빨리 올라가고, 이는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실제 조사 결과, 조사 대상 노인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2시간30분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의 노인이 어지러움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고령인 이들은 대부분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관절염·호흡기질환 등의 지병을 앓고 있어 폭염에 그대로 방치할 경우 병세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수치놀음 아닌 현장 경험으로 대비해야
2070년 아열대기후 편입 전망에 대해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는 피할 수 없으므로 긍정적·부정적 요소가 가져올 파장을 예측하여 건강이나 사회변화 문제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기성 센터장은 “총리실 산하에 기후대책자문회의를 마련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상당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후변화 분석과 예측 분야는 척박하다”며 “학문적으로만 접근하다보니 현장의 경험들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후 관련 부처 요직에 기상·기후 전문가 대신 경영학이나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며 “연구실 안의 토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오는 경험들을 대책으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치놀음에 국가 예산을 넣지 말라”는 주장이다.
현재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내의 화두는 녹색성장. 그러나 정부가 표방하는 ‘녹색성장’의 개념 정리와 진행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사업계획서에 ‘녹색’만 넣으면 정부 자금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 기후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개발정책 등에 기후정책을 통합함으로써 해당 정책을 이행하고 장애요소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기오염 저감정책과 온실가스 완화정책의 통합은 두 정책을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 효과적이고 건강, 에너지, 안보 등 부수적 편익도 크게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커버스토리]기후가 달라지면 경제도 달라진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산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다. 주거문화와 관광지형의 변화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신종변이 해충의 등장으로 인한 피해, 잦은 낙뢰사고 등 각종 기상이변과 생활 피해 역시 그 이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 비즈니스 기회도 생겨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온난화로 돈벌자”며 ‘아열대산업’이 뜨고 있다. 침수 피해 방지용 전용주택, 신종변이 해충용 살충제, 낙뢰 피해 확인 전문회사의 등장이 그것이다.
‘물먹는 하마’ 기능 갖춘 청정 가전 인기
날씨, 기상, 기후가 우리 주변의 생활용품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보면 차후 제품의 트렌드를 짐작할 수 있다. 높은 기온과 많은 강수량은 우선적으로 주거환경의 변화를 불러온다. 보다 청량하고 안전한 지역, 보다 시원하고 깨끗한 주택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지대에 부유층 동네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 때문이다.
케이웨더 반기성 630예보센터장은 “기온 상승은 냉방을 위한 전력의 과소비를 부를 것이고, 이는 전력 과부하로 이어진다”며 “이런 것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절감형 주택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적으로 에너지 절감 대책을 쏟아낼 것이고, 개인들도 전체 가계소비 중 에너지비용 지출이 클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과 선택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 주택전문가들은 주택에 태양광이나 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장치가 들어설 것이고, 옥상정원 등 에너지 절감형 주택문화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옥상정원의 경우 독일에선 오래 전 보급되기 시작했고, 미국의 시카고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시가 설치비를 지원하고 나섰다. 최근 급증한 강수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한 주택건설회사가 홍수가 나도 피해를 보지 않는 ‘침수피해 방지 개인주택’ 시장을 개척했다. 연면적 155㎡의 3층짜리 건물로 1층은 기둥을 세워 주차장으로 쓰고, 2층부터 거주공간으로 사용하는 것. 2007년 이 주택을 처음으로 내놓은 이후 매년 수주 건수가 2배 이상 늘고 있다.
습도가 높아짐에 따라 제습기, 옷장 방습기 등이 필수 가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가전업체가 동남아 등지에 수출하고 있는 상품을 보면 2070년 우리 가구의 가전제품을 짐작할 수 있다. 청호나이스의 이과수 얼음정수기는 최근 열대성 기후인 데다, 중요 강의 70% 이상이 세균으로 오염된 인도네시아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이 생수나 정수기를 사용하는데 얼음까지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정수기라는 점으로 어필한 것. 이집트에서는 LG전자의 스팀 다이렉트 드라이브 세탁기가 잘 팔린다. 이 제품은 이집트에서 처음 소개되는 스팀 기능의 세탁기로 악취, 주름제거, 미세먼지 제거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춰 상류층 여성들에게 인기다. 물론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연중 비가 오지 않는 사막기후와 미세먼지가 많은 이집트 지역에서 스팀 세탁기는 세탁 시간을 크게 줄여 주고 있다는 평가다.
가전업계는 한반도 전체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는 것에 대비해 적절한 습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갖춘 제습기를 비롯해 스팀청소기, 음식물처리기 등 좀 더 세분화된 품목을 출시하고 있고, 유통업계도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김명주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장은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에서 펴낸 <기상기술정책> 2009년 12월호에서 장마철 습기제거 기능으로 히트를 친 ‘물먹는 하마’의 출현을 기후에 따른 제품 개발의 좋은 사례로 꼽았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버버리’ 역시 무엇보다 습하고 비가 자주 오는 영국의 기후를 바탕으로 탄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샘소나이트 여행가방 또한 기후와 온도차로 인한 환경 변화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시켜 물에 빠져도 방수가 될 만큼 습한 환경에서도 눅눅하지 않게 옷을 보호해준다는 콘셉트가 오늘날 명품 여행용가방으로 인정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주올레 같은 저탄소관광 인기 끌 것
농작물의 재배선 북상은 기존 주산지의 지역경제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사과의 경우 대구에서 경기도 포천의 비무장지대까지 올라왔다. 감귤이나 한라봉의 경우도 제주도를 넘어 남해안까지 올라왔고, 녹차 또한 전라도 보성이 아닌 강원도 고성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당도나 품질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는 기후 온난화에 따른 농어업 생산양태가 크게 변하면서 농어업 생산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적정 재배품목과 재배지를 반영하지 못할 경우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 향후 풍기, 개성, 금산 등 인삼으로 유명한 지역도 온난화에 따라 결국 북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인삼의 경우 다량의 사포닌 성분을 함유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배수기능과 습기, 큰 일교차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현에서 생산하는 쌀인 ‘히노히카리’가 좋은 사례다. 1990년 이후 일본 서부에서 가장 맛있는 쌀이란 평가를 받으며 2007년 규슈 지역 쌀농사의 56%를 차지했던 이 품종은 그러나 2003년 이후 품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삭이 영글 무렵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현미의 비율이 높아진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이미 유럽이나 칠레 등에서는 포도 재배지가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다. 전통의 풍미를 지키기 위해 적절한 기후를 찾아 가는 것이다.
아열대와 함께 온 관상어시장은 특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바다 상태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양식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어업이 불안정하지만 ‘관상어 산업’이 양식산업의 새로운 소득창출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연간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관상어 시장 규모를 2020년까지 연 6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광지형 관련 산업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근 탐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날씨에 따라 관광객 만족도가 변화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관광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인자”라며 “결국 기후변화로 관광활동과 목적지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바뀌고, 국내외의 관광 이동 흐름이 계절적·지리적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스키산업은 2001~2002년 따뜻한 겨울의 영향을 받아 평년보다 스키시즌 단축(11%), 인공제설 비용 상승(35%), 방문객 감소(12%)로 운영수익이 19%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국내 사례를 보면 제주의 경우 기온 상승으로 인하여 겨울 관광시즌에 개최되던 한라산 눈꽃축제가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기온 상승에 따라 수온도 상승하여 제주시에 위치한 이호해수욕장의 경우 해수욕장 개장일이 2007년에는 7월 1일, 2008년에는 6월 28일, 2009년에는 6월 20일로 변경됐다. 올해는 하루 이른 6월 19일에 개장했다. 또한 기온과 수온 상승으로 인해 2009년에는 최초로 해수욕장 야간 개장을 실시했다. 해수욕장 개장온도, 일명 ‘비키니 전성온도’라고 하는 24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를 염두에 둔 생태여행도 새롭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기존의 대중관광 형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녹색관광의 형태에서 보다 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완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제안된 저탄소관광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며 “제주의 올레길이 바로 그런 예”라고 말했다.
기존의 자동차를 이용한 제주관광을 벗어나 제주 해안가를 중심으로 해 직접 걸으며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즐기는 제주 올레 코스는 그 매력성과 저탄소 배출이라는 정책적 시사점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트래킹 코스 개발 붐을 이끌고 있다.
전염병 창궐로 의료업 최대 수혜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크게 확장될 산업으로는 의료분야가 꼽힌다. 반기성 센터장은 “아열대가 되면 기온과 습기 상승으로 인해 세균들이 더욱 왕성하게 번식하기 때문에 식중독이 발생하고, 전염병이 창궐할 것으로 본다”며 “페스트가 전세계를 휩쓸었던 시기를 보면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상당히 상승한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결국 의료산업이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상백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는 “이상고온으로 인한 폭염과 기상재해, 감염성 질병, 환경성 질병이 늘 것”이라며 “고온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사람은 항상성 유지를 위한 체열조절 능력이 감소하여 열경련, 열기절, 열피로, 일사병 등과 같은 고온 관련 질병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고온은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미국의 경우 매년 평균 240명 이상이 폭염과 관련하여 사망하고 있다. 1995년 시카고에서는 5일 동안 최고 기온이 34~40도인 폭염이 발생했는데, 다른 해에 비해 사망자는 855명 증가하였고, 병원 내원율은 11%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폭염 사망 관련이 2050년에는 2793명, 2080년에는 3519명이 더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온과 사망의 관계를 보면 30~32도부터 사망이 증가한다는 보고서가 있다. 특히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면 최고기온이 30도일 때에 비해 약 50% 증가한다고 한다. 29.9도에서 1도 상승할 때마다 사망률이 3% 정도 증가하고, 폭염이 7일 이상 지속시 사망률이 9%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재해 또한 의료산업을 키울 전망이다. 기상재해로 인한 부상과 사망, 영양상태의 부족, 피난시설의 수용인원 증가와 물 공급 부족, 호흡기질환과 설사환자 증가, 정신건강에 대한 영향, 수인성 질환 등 다양한 건강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올 수 있는 우울, 불안 및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도 의학계에서는 이미 분석에 들어갔다.
기상재해가 증가하다보니 이를 보장해주는 풍수보험 등 보험산업 또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에 덥지 않으면 에어컨 구입비 중 20만원을 돌려주겠다’며 마케팅을 한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삼성화재에 40억원의 보험을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기성 센터장은 “풍수해보험뿐만 아니라 공연이나 스포츠 등이 날씨로 인해 이뤄지지 않을 때 보상을 받는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후와 관련한 상품은 현재 보험회사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눈독 들이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기후예측 프로그램의 개발도 활발하다. 예상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기후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련 산업도 크고 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게릴라성 폭우가 늘면서 기상정보에 대한 소비도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 기상정보 회사들이 급격히 성장한 이유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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