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뉴스데이

나가사키

큰달팽이 2005. 11. 22. 19:24

          

 

 「人間がこんなに哀しいのに 主よ 海が あまりに碧いのです」

     인간은 이렇게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 푸릅니다.

 

遠藤周作(엔도 슈사쿠)중의 일절의 문구이다.

소설, 침묵의 배경이 되었다는 쿠로사키(黑崎)교회에서 내려다 보이는

外海(소토메)의 하늘과 바다는눈이 부실정도 푸르렀다.

 

첫날-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앉아 長崎공항의 인공섬인 大村 공항에서부터 순례의 길은 시작되었다.

무라(大村)......

역사 속으로 이름조차 감춰지고 있는 오무라수용소를 얼핏 떠올려보며 일본 기리시탄(그리스도)史를

생각하면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長市를 향해 천천히 눈길을 옮겨 보았다.

 

나가사키().

길고 험한 곳이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항만의 도시 어떤 의미에서 일본키리시탄史의 결과이며

그 정리가 된 곳이기도 하지만, 극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빠른 유럽문화의 개항을 통해 전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다대한 영향을 미쳤던 곳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이건 아름다운 항만의 도시는 비탈이 많고 언덕이 많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항만의 모습이 그림같이 아름답지만 자동차의 통행이 안되는 좁고 가파른 언덕과 계단에는 자동차의 초현대 시대와는 걸맞지 않게 江戶시대의 교통수단이 병행하고 있는 곳으로 지금도 말()의 등을 이용해서 짐을 싣고 올라가야만 하는 산비탈이 많은 곳으도 유명하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馬인들 어찌 힘들지 않으오리......

 

그리스도의 땅이라 불리우는 長..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듯 선혈로 얼룩져 이루어진 순교의 땅이며 피폭으로 인해 한 순간의 잿더미로 변해버렸던 주님의 땅을 행해 순례자의 기분으로 그저 마지막날까지 낙오됨없이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오직 한 일념으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450여년전,

1549년 프란시스코 자비에르(사비에르)의 도래로 인해 펼쳐진 장구한 그리스도역사의 꽃이 피었던 곳.

어느 땅을 밟아도 피로 얼룩지고 박해를 받으면서도 굳건하게 신앙을 지킨 선조들의 고결한 피가 흐르는 곳이었다. 키리시탄(切支丹-그리스도신자)이라는 언어를 초월하게 하는 박해의 어두운 막에 가려져 몇 만의 순교자의 피가 이 일본땅의 도처에 흩날렸었다.

 

로마의 황제 네로의 박해가 250년 계속되었다 하고 일본의 그리스도교의 박해시대 또한 로마의 박해와 비슷하게 250여년간 계속되었다 한다.

로마의 순교자가 7000여명 일본의 순교자 또한 1만여명 숨졌다 한다.

로마는 재판제도가 정리되어 있었지만 일본에는 아직 재판제도가 없었다 하니

해서, 어느 나라가 더 참혹했다 말할 수 없고 순교라는 단어앞에 엄숙함이 느껴진다.

 

무념으로 도착한 우라카미텐슈도(浦上天主堂)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를 맞이하는 두상없는 성모님의 목에는 千鶴이 목에 걸려 있다.

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알록달록 목에 걸려 있는 千鶴과 원폭으로 검게 그을린 머리없는 성모님의 모습이 왠지 섬뜩한 무서움으로 가까이 가서 보질 못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다시 찾게 된 浦上天主堂...

이곳에서 순교한 지에고 고이시(ヂエゴ)와 조선인 카이오(カイオ)는 오랜 감옥의 고통과 괴롬의 시간들을 단식으로 지키다가 끝내는 화형에 처해져 灰가 되어 바다에 버려졌던 곳이다.

착공부터 30년이 걸쳐 건립된 浦上天主堂은 원폭으로 인해 일순간의 폐허가 되어 버렸다가 1962년 다시 재건되었다. 浦上역사를 되새겨 상기시키듯 삼종을 알리는 안젤라스의 종소리를 가슴을 자근자근 울려 줬다.  

 

이곳의 많은 신자들이 겪었던 수난과 박해의 순교역사는 한국 천주교의 순교역사와 어찌 다르겠는가...

일본26성인 중에는 우리와 같은피가 흐르는 한국인 순교성인의 이름이 자리하고

있어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우리라는 공동체,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라는 나라와의

관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유구한 피가 흐르고 있음을 상기 시켜줬다.

 

어느 나라이건 한 나라의 순교의 역사는 장엄하고 숭고스럽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가 현존하고 있다.

지나간 과거 몇 백년을 역사책 속에나 일어난 사건들처럼 이야기하고 죽은자와

산자의 통공을 논할 때는 아직도 멀고 먼 훗날처럼 느껴지게 되지만 원폭60년의

피해와 전후처리 문제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순교자들이 살아 간 그 삶의 시대,

또한 그리 먼 옛날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곳마다 주님의 성전들은 아담하고 모두 아름다웠다..

이곳이 모두 성지들인가?

건물을 보기위한 순례는 아니었지만 순례자들의 눈에 보이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성전들의 모습을 찬양하지 않고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리......

 

 

 

     

巡例......

-가다.

崎로 가는 길... 그리스도에게 통하는 길이라 했다 한다.

...무엇을 보러 갔으며 무엇을 느끼러 떠난 길이였을까......

간다는 것은 분명 다리만을 움직인다는 말이 아니라 나의 입장을 떠나 타인의

입장으로 양보, 접근하는 전신의 행위일 것이다.

발길을 옮기는 것이 신앙 행위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어찌 나의 평안함을 바래고 떠나 왔을까?

오랫동안 걷지 않던 무디어진 다리의 무게가 천근만근의 짐짝이 되어가고 있던 다리가 시간과

더불어 성지를 향해 오르는 가파른 언덕길들에 조금씩 익숙해 졌나!?..

해안에 둘러 쌓여 높다란 언덕위에 우뚝 솟아 내려다 보고 있는 붉은 벽돌과

백악의 성전들.. 눈이 부시다.

차창으로 보여지는 푸르른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무념시대의 성모님, 파티마의 성모님, 루르드의 성모님, 항구에 들어오는 선박들을 지켜주시는

굵직굵직한 선으로 맞이하시는 성모님......

해안을 둘러쌓고 있는 짙고 푸르고 적벽의 아름다운 해안의 경관은 눈이 부셨다.

 

차창에서 스치고 지나치는 성당들을 바라보며 아쉬움으로 뭉클...

헉헉대며 올라갔던 聖산 위에 세워진 오노(大野)성전이 공사중으로 내려와 다른

성당을 찾아야 했던 행운?으로 되돌아가서 만나게 된 아름다운 성전

쿠로사키黑崎성당~

태풍이 모래를 실어다 주고 붉은벽돌 한장한장이 신자의 정성,정성으로 쌓아 올렸다는 중후한 느낌의 성전의 내부는 신비스러울정도 아름다웠다.

따뜻한 햇살이 스텐드글래스를 통해 깊숙이 파고드는 신비스런 광선으로 인해 붉은 왕관으로 장식되어 황홀할 정도 아름답던 산타마리아~ 성모성상......

 

중동의 어느 모스크를 연상케하는 島原성당 환상적인 내부......

펄펄 끓는 운젠지옥으로 던져진 순교자의 영혼을 기리면서 세워졌다는 島原성전의 푸르스런 빛을

발하고 있는 신비스런 천정의 돔은 충분히 神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자아내고 있었다.

 

 

  

 

신자가구 4가구, 신자8, 이게 현실일까....

쿠로사키교회의 미네()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먹을게 없고 입을게 없어도 박해를 당하면서도 파라이스를 기대하며, 파라다이스를 희망으로 200~ 400년을 굳건하게 지켜왔던 선조들의 신앙이 있었지만 지금의 현세에는 子에게, 孫에게 신앙을 전달하기가 너무 어려워진 시대를 맞이했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씀하셨다.

 

쿠치로츠항(口之津)을 출발해서 아마쿠사(天草)의 해안선을 타고 몇 시간 달려

첩첩한 산중처럼 느껴지는 곳에 서 있는 그림 같은 오에텐슈도(大江 天主堂).

순백의 백악의 성전, 꿈꾸는 카사비앙카~일까......

푸른 하늘에 선명하게 떠오르듯 부각되어 서 있는 오에텐슈도(大江 天主堂)는 왠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도 깨끗이 씻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정말 순백의 마음으로 우리의 마지막 일정의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뜻 깊은 아름다운 성전이 되어 주었다.

정말 눈시울 뜨거워질 정도 우리의 마음도 부서졌다...

성당옆의 루르드의 성모님과 벨라뎃타상은 성당과 어울러져 3박자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곳이라 느껴졌다...

 

오랜 박해를 피해 이렇게 깊은 오지에 몸을 피해서 신앙을 지켜왔던 곳을..

병아리文人5(나중에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됨)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이곳을 찾아오게 되어 더욱 유명세를 내게 되었다는 오에텐슈도(大江天主堂)이다.

 

   

 

공항을 향한 마지막 일정에서 저희들에게 '사키츠성당을 보고 가는게 어떠냐~ ‘

신부님의 제안으로 우리와 만나게 된 자그마한 성전 사키츠성당(崎津天主堂)!

어촌의 포근한 품 안에 푹 안겨있는 듯한 뾰쪽한 고딕풍 첨탑의 사키츠성전은

눈부시게  아름답던 大江天主堂와 전혀 다른 대조적인 얼굴을 보여 주었다.

 

이 교회는 메이지 이후3도의 재건으로 현재의 성당은 1944년 철근콘크리트로

시공된 고딕풍 성당으로,

정면의 제단이 있는 장소가 바로, 박해시대 카쿠레키리시탄(れキリシタン)

찾아내기 위한 후미에()를 매년 실시했다는 장소이기도 했다.

길게 한숨을 자아내는 곳이다. 

고기잡으러 나갔던 신자들이 멀리 산 위에 세워진 종루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삼종기도한다는  이들의 소박하면서 깊은 신심에

감동을 받으면서...

진실한 신앙의 힘으로 건립되었다는 이 성당을 보지 못하고 그냥 돌아 왔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다다미가 깔려 있는 그 위에 의자가 놓여져 있는 성당내부의 모습은

시대의 흐흠이랄까...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했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마음의 안정을 안겨 주는 성당이었다.

 

 

성지순례-

그저 훌륭한 성전을 보고 거룩한 땅을 보면서 감탄만 하러 떠나온 길이 아니었다..

그러나 준비한 마음도 없었다. 허나, 눈에 보여지는 모습들과 그들의 역사와

신앙을 마음에 새겨서 돌아왔다.

 

순교자들의 かけがえのない信仰、何にもかえない信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순교자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적 약점과 본성을 지니면서도 끊임없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려고 했던 바로 약하디 약한 자신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느님께

내보이며 맡겼던 사랑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믿음이란,

사도신경의 첫머리처럼 저는 믿나이다>cor(마음)dare(주다)라는

단어의 결합이라 한다. 다시 한번 생각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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