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한국천주교의 공범자적인 삶(한겨례)

큰달팽이 2010. 8. 18. 11:47

“한국한국 천주교, 부정·불의 외면…공범자적 삶 살고 있다

“사제단 사회참여 막는 추기경 ‘폐쇄적 교회관’ 안중근의사 배척한 100년전 부끄러움 되풀이 심지어 종교적 영역까지 삼성 돈 들어와 있어 우리가 침묵하면 불의한 기업 면죄부 주는 꼴”

 
» 함세웅 신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선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가 3년 연속 징계성 안식년을 받은 사실(<한겨레> 17일치 1·5면)과 관련해, 천주교계 원로인 함세웅(68) 신부가 17일 “부끄러운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가톨릭계의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함 신부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으로, 과거에 사제단을 이끌기도 했다.

함 신부는 이날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천주교가 부정과 불의를 외면하는 등 예언자적 소명을 소홀히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부패한 정부와 불의한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공범자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계의 내부 반성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제 때 폐쇄적 교회관으로 시대적 고민을 망각했던 부끄러움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징계성 안식년 사태를 낳은 삼성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광복절 특사로 삼성 고위 임원들이 모두 사면을 받은 것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와 권력의 문제”라며 “우리 모두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제적 정의 실현을 위해 삼성이 끊임없이 정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 신부는 전 신부의 안식년 연장과 관련해, 인사권자이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인사권 남용 문제를 분명한 어조로 비판했다. 함 신부는 “전 신부의 안식년 연장은 지혜롭지 못한 교구행정”이라며 “일반 대중들이 징계라고 생각할 수준으로 인사권을 남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회 공동체의 예언자적 소명을 잃어버린 조처로, 근본적으로는 종교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 신부는 ‘신부들의 사회참여를 막으려는 추기경의 뜻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함 신부는 “올해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다. 당시 주교와 사제는 폐쇄적 교회관으로 안 의사를 배척하는 등 시대의 고민을 망각한 결정을 했는데, 이는 두고두고 한국 가톨릭의 가장 큰 부끄러움이었다”며 “과거의 폐쇄적 교회관이 후대의 교직자들에 의해 반복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애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천주교가 사회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할 일”이라고 밝혔다. 함 신부는 “교회공동체의 여정은 등산에 비유될 수 있다. 등산길은 기본적으로 오름과 내림이 있는데, 지금은 내리막길”이라며 “그렇지만 오랜 천주교의 역사를 보면 평등·평화 실현을 위해 기본적으로 상승의 길로 나아간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해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것 등은 한국 천주교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사회적 증언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에 대해선 “하느님의 역사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역사의식이 있는 이가 사목 책임을 맡으면 상생의 길을 가는 것이고, 역사의식과 현실의식이 부족한 사람이 책임을 맡으면 내려가는 것”이라고 함 신부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정진석 추기경의 사목관에 대해 “법에만 집중하면 법의 노예가 되기 때문에 믿음이 법을 넘어서야 한다”며 “교구행정을 제도적·관료적이고 금권지향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믿음을 중심으로 인간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교회법에 교구장은 만 75살이 지나면 직책을 내놓게 돼 있다”며 “정년에 사임하는 것이 교회 공동체의 기본정신”이라고 정 추기경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12월이면 만 79살이 된다.

함 신부는 사제단이 지난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를 만나고 일을 진행하면서 검찰, 공직자, 권력자, 언론 등 삼성의 돈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적 영역도 그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최근 관련 인사로부터 김수환 추기경 기념재단인 ‘바보의 나눔’에도 삼성이 거액의 기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 신부는 마지막으로 “천주교가 삼성이나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부정과 불의를 외면한다면 결과적으론 정부와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이는 신학적으로 공범자적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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