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펜스 마다 심어진
넝쿨 장미들이
너나할것없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냄새도 맡아보고
어루만져도 보고
참으로 간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다.
눈을 감고 잠시 서본다
조금은 서늘하게 느껴지는 바람
그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저녁 풀냄새(아침 풀내와는 확연히 다르다)
장미꽃 냄새
귓전을 울리는 아름다운 아리아들
아주 잠깐이지만
"장미빛 인생(La vie devant rose)"도
릴케도
모두모두 이해가 될듯 싶었다.
우리가 간혹 하는 이야기 중에
"가끔은 하늘을 보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바쁘고 어렵더라도 가끔은 인간답게 살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영어식 표현도 비슷한 것이 있다.
"smell the roses"
그래 이렇게 살아야 하는것인데
잠시만 벗어나면 볼수 있는 것인데
잠깐만 하겠다던 산책이 본의 아니게 길어졌다.
복잡하던 심경도
떠들석하게 울리던 세상소리들도
저 만치 아득해진다.
참으로 너무 행복했다.
행복이 별개 아닌것인데도
먼곳에서만 찾았지 싶다.
그저 문만 나서면 되었던 것을
내용 모르는 사람들은 미친놈으로 오해도 했지 싶다.
혼자 희죽희죽 웃지를 않나
눈을 감고 걷지를 않나
앞으로 저녁마다 나가볼까 한다.
행복이 문앞에 바로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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