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좌파이야기

큰달팽이 2009. 12. 15. 19:17
리예가 물었다.

"좌파가 뭐야? 윤계상이 영화판이 좌파라고 했다던데?"

좌파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좌파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올라가서 급진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후에는 평등을 중시하고 부의 분배를 요구하는 사회주의를 좌파라고 했다.

"그럼 사회주의는 뭐야?"

잠깐. 아직 좌파의 정의가 안 끝났다. 우리나라에도 사회당도 있고,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처럼 사회주의 비스무리한 정책을 주장하는 정당도 있긴 하다. 이들은 아마 좌파라 불러도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도 좌파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런 당들은 경제 정책상 우파와 별로 다른 것이 없는데도 좌파라 불렸다. 그렇게 불린 이유는 사실상은 단 한가지, 북한에 대해서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공의 개념으로 좌와 우를 나누고 있는 것.

"그럼 북한은 좌파야?"

북한은 한때 좌파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파시스트 국가일 뿐. 또는 절대왕정?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 아냐? 공산주의랑 사회주의랑 뭐가 달라?"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가 자라났다. 그리고 기존 권력을 부정하고 혁명을 주장하는 것이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더 큰 집합이긴 하지만 많은 경우 민주사회주의, 즉 선거로 정권을 잡으려는 민주적인 방법론을 사회주의라 불러 공산주의와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그 사용처가 매우 넓어서 주의해서 써야 하는 단어.

"그래서 사회주의가 뭐야?"

사회가 부를 통제하는 이념을 사회주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사회"는 노동을 하는 일반인들이 주도한다.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떨어져나가는 사람이 없도록 보살펴야 한다는 식이지.

"하지만 그러려면 부자들이 자기 가진 걸 내놓아야 하잖아? 그게 되겠어?"

그래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니까 혁명을 일으켜서 생산수단을 국유화하자는 것이 바로 공산주의다.

"그건 좀 나쁜 것 같은데? 서로 욕심을 안 부리면 안 되나? 다 같이 먹고 살면 좋잖아."
"그렇게는 안 되지. 다 욕심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욕심을 안 부리면 좋잖아."
"네가 영주라고 해보자. 영주 밑에는 누가 있지?"
"부하. 농민. 뭐, 그런 거?"
"그래. 그런데 네가 아이를 유학 보내기로 했는데 돈이 필요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안 보내야지. 돈이 없으면."
"거두면 되는데? 농민한테 그동안 90을 거뒀다면 이제 100을 거두는 거야."
"그건 나쁜 거잖아! 그럼 농민은 어떻게 살아?"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도망쳐야지. 다 뺏기면..."
"도망치면 죽는다 치면?"
"굶어죽으나 도망치다 죽으나 마찬가지니까 도망쳐야지."
"아니지. 다 바치지 말고 숨겨야지."
"그, 그건 나쁜 일이잖아."
"안 숨기면 죽으니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면?"
"도망쳐!"
"넌 왜 자꾸 도망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
"도망치면 혼자잖아. 달랑 잡히면 죽는 거야. 어차피 죽는다면 반항을 해야지. 다른 사람들하고."
"그, 그렇구나."

"기억해 둬. 약자의 무기는 연대야. 자기 편이 될 수 있는 사람들과는 다 힘을 합하는 거야. 왜냐고? 우리는 약하니까. 하지만 뭉치면 강해지니까."
"뭉치면 강해져?"
"사실은 뭉쳐도 약해."
"그게 뭐야? 순 엉터리!"
"하지만 안 뭉치면 더 약해. 그리고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하지. 아주 많이. 그리고 그렇게 해서 오늘날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어.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덕분이지."

맑스는 자본론을 자본주의의 심장이었던 런던에서 썼고, 막심 고리키는 <어머니>를 미국에서 썼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상태로 자본주의가 마치 약육강식처럼 움직인다면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자본주의의 궤도는 크게 움직였다.

"아, 그거 배웠어. 수정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다투는 경쟁은 공산주의의 몰락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자본주의를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길고 딱딱한 가족이야기, 여기서 끝. (사실은 이 이야기의 몇 배는 되는 이야기가... 국가의 탄생과 영주 행동의 심리적 분석... 중세 농노의 삶 등등...)
  • 연대는 나쁘다 2009/11/09 00:25 #

    가족이야기251 좌파TV에서 철도노조가 KTX 여승무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을 때..."저 새끼들은 왜 또 파업하고 지랄이야? KTX는 또 뭐고?""그게 말입니다, 원래 법대로면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에서 직접 고용해야 되는데 말입니다, 철도공사에서 하청업체에서 고용하는 방식으로 고용했지 말입니다. 근데 그게 왜 그랬냐면 어쩌구 저쩌구 씨불씨불 나불나불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여승무원들이 다 짤렸지 ...... more

  • rumic71 2009/11/07 01:41 # 답글

    자본주의의 승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공산주의가 자폭한 것일뿐... 자본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초록불 2009/11/07 01:44 #

    자살골을 넣어서 져도 진 건 진 거라는... 자본주의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사실이죠.
  • Niveus 2009/11/07 01:50 # 답글

    ....저 얘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아이가 더 무서워보입니다 -_-;;;
    솔직히 자본주의는 결함이 많은 체제지만 그나마 인간 본성과 결합되서 그럭저럭 나가는편이죠.
    공산주의는 이상은 몰라도 그 체제구현에 있어서는 이상과 완전 덜떨어진 일당독재체제가 되는덕분에 -_-;;;
  • 위장효과 2009/11/07 08:36 #

    평소에 저런 이야기를 부모님-특히 아버지-하고 수시로 하니까 제대로 이해하는 거겠죠.
    그런면에서 초록불님은 정말 좋은 아빠에요.

    (그러니 초록불님은 빨리 팔불출 카테고리, 태그를 만드시라는...)
  • 꽃곰돌 2009/11/07 01:53 # 답글

    멋진 아버님이십니다
  • 2009/11/07 01:5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요르다 2009/11/07 02:00 # 답글

    집에서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는 아이의 미래가 굉장히 기대되는군요. 적어도 바른 눈으로 세상을 볼 거라는 건 확실할 듯...
  • socio 2009/11/07 02:10 # 답글

    훈훈한 광경이군요- 저도 나중에 자녀가 생긴다면 본받아야겠습니다 ^^

    그런데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약간의 오지랖을 떨자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모두 자본주의 붕괴 이후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생산력이 충분히 미발전해서 '일한만큼 받는' 즉, 잉여가치 수취가 없는 체제. 인민들이 아직 자본주의에 물들어있기 때문에 국가기구를 장악한 PT 계급이 PT독재를 통해 인민을 개종시키고 생산수단을 관리해야 함.

    공산주의: 생산력이 충분히 발전하여 더 이상 희소성이 기반이 되는, '경제' 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진 체제. '능력에 따른 노동, 필요에 따른 분배' 의 체제이며 더 이상 억압적 국가기구가 존재하지 않으며, 계급 자체가 사라져 계급으로서의 PT 독재 역시 의미가 없어진 상태.

    즉,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PT 혁명 이후의 단계들이며,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로 가기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asianote 2009/11/07 02:18 #

    뭐 이론은 그렇지만 실제 세계에서 존재하던 현실사회주의는 비참한 꼴을 당해야 했지요. 뭐 북유럽도 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기본 체제는 자본주의 체제라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겠지요.

    덧붙이는 글: 그냥 제 감상 적었습니다.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님이 하신 말씀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고요.
  • socio 2009/11/07 02:27 #

    아, 전 현실 사회주의 옹호론자는 아니며(오히려 현실 사회주의 및 좌파 운동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이념형적인 개념규정 차원에서 코멘트를 한 것입니다 ^^;; asianote 님의 지적에 동의합니다-
  • Allenait 2009/11/07 02:30 # 답글

    진짜 아직 자본주의는 갈 길이 먼것 같습니다.
  • ICARUS-G 2009/11/07 08:40 # 답글

    '자본주의'로는 아직 문제가 많습니다. 지금 생겨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보면 역시 자본주의는 아직 멀었습니다(...)
  • 시오 2009/11/07 09:12 # 답글

    저걸 설명할 수 있는 아빠도 제대로 이해하는 딸도 멋있어요>_< 저도 저런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 소심쟁이 2009/11/07 09:43 # 답글

    만약 제가 저 상황이었더라면..


    "물어볼 걸 물어봐라. 내가 알 것 같니. 인터넷 검색하면 다나와."


    ..... 저도 책좀 많이 읽어야 겠습니다. 나중에 "바보 아빠!" 란 소리 안들을려면요.ㅠㅠ

  • 차원이동자 2009/11/07 09:58 # 답글

    '아. 그거 좌판비슷한거야.' - 초등학교때 외삼촌의 대답.
  • 배둘레햄 2009/11/07 09:59 # 답글

    아이들은 대개 둘밖에 모르죠.

    근데, 대부분은 도망치는 것을 택하죠...;;;;

    심각하면 지는 겁니다...;;;;
  • 갈매나무 2009/11/07 10:36 # 답글

    따님은 정말 복받은 아이네요. 이런 아버님을 두다니... ㄷㄷㄷ
  • 머미 2009/11/07 11:23 # 답글

    문제는 윤계상이 말한 죄파는 대략 '영화가 본질적으로 대량 관객 동원을 필요로 하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비웃고, 아이들 출신이 연기를 한다는 데 대해 어처구니없게 생각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텐데, 이게 이렇게 비화가 되고 보니...^^
  • 초록불 2009/11/07 11:44 #

    글쎄말입니다...
  • zert 2009/11/07 12:50 # 답글

    "사실은 뭉쳐도 약해." -> 왠지 헛웃음이 나왔습니다...OTL
  • 진성당거사 2009/11/07 17:47 # 답글

    1991년 이후의 인간 사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말고는 이렇다 할 대안이 또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죠. 물론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모두 그저 세상을 유지해 나갈 대안적 시스템일 뿐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겠죠. 근데 이 단순한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 어릿광대 2009/11/07 20:01 # 답글

    초록불님 대단한 아버님이시네요..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신거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 어릿광대 2009/11/07 20:02 # 답글

    열린우리딩->열린우리당으로 바꾸셔야할듯 하네요 오타인듯
  • 초록불 2009/11/07 20:20 #

    수정했습니다...^^
  • 다복솔군 2009/11/07 23:12 # 답글

    오오 정말로 책에서만 나올 것 같은 가정의 실현이라니... 부럽습니다. =_=;;ㅋ
  • 초록불 2009/11/07 23:17 #

    그런 집은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아이가 크니까 여러가지 이야기가 가능해서 좋군요...^^
  • 곧은나무 2009/11/08 00:46 # 답글

    그런데 요즘은 연대 같은 걸 가르치기만 해도 좌빨 전교조 취급 받는 세상 아닌가요?
  • 초록불 2009/11/08 00:55 #

    글쎄요...
  • highseek 2009/11/08 03:02 # 답글

    사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거죠 (...)
  • draco21 2009/11/08 09:17 # 답글

    잘 가르쳐주셨네요. 덩달아 저도 배우고.... ^^:
  • 허안 2009/11/08 18:29 # 답글

    우리 애들은 어리지만 항상 자녀교육에 생각할 거리를 주시는 군요. 감사합니다.
  • 쩌비 2009/11/10 09:45 # 답글

    잘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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