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기

갑자기 작은 방이 넓게 보인다.

큰달팽이 2013. 6. 6. 00:09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일까
때없이 찾아든 모기때문일까
새벽 두시쯤 눈이 떠졌다.

제일 난감한 시간이 그 시간이다.
다음날의 일들을 생각하면
다시 잠을 청해야 하지만
한번 설친 잠은 다시 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때 아닌 모기 한마리가
불만 끄면 팔로 얼굴로 사정없이 달려든다.

면역력이 약해진 탓인지
모기에 물리기만 하면
물린 부위가 부어오르고 가려운 것은 물론이고
어떤때는 진물까지 나니
당연히 무서울 수 밖에


불을 켜고 자자니
쉬이 잠이 들것 같지 않고
불을 끄자니
달려드는 한마리 모기가 무섭고

결국 불을 켜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눈만 감으면 되는 일인 것인데
주변이 어떻든 안보려 하면 그만인것인데

예전 일도 생각났다.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떤 여자 아이와 아빠도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아이가 한마디 한다.
"대머리 아저씨다"
아이의 아버지는 당황해서 아이를 황급히 잡아 끄는데
그저 웃음만 났다.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한 것 뿐인데
그리고
음악을 조금만 크게 틀었어도
들리지 않았을 이야기다.


주변을 탓하면서 살았던 때가 있다.
환경의 부족함을 원망하며
타인의 삶을 부러워했던 때가 있다.

안보면 그만인 것인데
안들으면 그만인 것인데
속상한 이야기이면 넘기면 그만인 것인데

그것 때문에 아파하고
속상해 하고
부러워하고

유가에 '사물잠'이라는 말이 있다.
예가 아니면 듣지도 보지도 말라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지당하고도 지당한 이야기이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눈을 감자 곧 잠들었다.
켜놓은 불때문에 모기에도 물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큰 교훈도 얻었다.
밤 소동의 원인이었던
모기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좋은 것들만 보고
좋은 것들만 들으며 살리라.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살리라.

갑자기 작은 방이 넓게 보인다.
                                                                                                                                                                          Forever in Love (Kenn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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