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있을때
존 신부가 단풍이 없는 벤쿠버의 가을을 아쉬워했던적이 있다.
"토론토의 단풍은 무척 아름다운데"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한국의 가을을
그 아름다운 단풍을
요사이 오며 가며 생각해본다.
사람들의 옷갈아 입음과는 다른
일종의 죽음인데
제 살을 떼어내는 아픔일텐데
어찌 그것이
이다지도 아름다운 것인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을
마음껏 누리는 때문일까?
어쩌면 그리도 가지각색으로
치장을 하고 자태를 뽐내는 것인지
어떻게 이리도 쉽게
게으름은 찾아드는지
세상 사람들 모두
참으로 치열하게들 살고 있는데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나는
그저 기도한다는 구실로
가만히 쉬운 것들만을 찾아다닌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나무는 자연은
잠시도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다.
세상의 시작이 그러했듯
세상의 마지막까지도 제 본연의 일들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그런 나무들의
마지막이니 당연히 아름다울 수 밖에
여름내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고
나무에 양분을 대었던 잎들이니
그 마지막이 멋질 수 밖에
배우고 또 배워도 모자라지 싶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맞고 싶다.
사람들에게 오래남을 아름다운 색으로 기억되는
그 마지막을 살고 싶다.
겨울이 온다고
조금 추워졌다고
움츠려들고 게으름을 부릴것이 아니라
오늘부터 뭔가를 다시 시작해야 겠다.
그 시작이
언제가 맞게될 내 인생의 마지막을
멋진 단풍으로 꾸며주리라 믿는다.
인생의 멋진 단풍을 꿈꾸며 하루를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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