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는 개똥지빠귀라고하는 새인데요, 백설조(百舌鳥)라고도라고 한다.
한자를 보시면 혀가 100개인 새,,, 그만큼 시끄럽다는 얘기이겟지요,
다른 이름은 나이팅게일이라고하고, 밤낮을 울어대는데, 조용한 밤중에 우는 소리가 두드러져 밤꾀꼬리라고
불린다.
역시 말많은 사람을 그렇게 부르기도, Dusty Thrush, Tsugumi( つぐみ ), 지빠귀>개똥지빠귀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티티새. 거기에다 영리하기까지 한 어린 티티새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우연히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 어느 집 대문 앞에 배달된 우유병을 부리로 쪼아본 것이다. 놀랍게도 우유병을 막고 있는 동그란 종이 마개는 쉽게 열린다. 처음 먹어보는 우유의 맛에 새는 매료당한다. 영리한 이 새는 기쁜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고, 그 가족은 같은 무리의 다른 새들에게 이 소식을 입소문으로 전한다. 그래서 그 지역의 다른 새들도 우유병 여는 노하우를 모두 배우게 된다. 이제부터 집집마다 배달되는 우유병은 새들의 시식을 거쳐 주인의 손에 들어간다. 새들은 이제 먹이를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지 않게 된다. 주식이 우유로 바뀐 것이다. 몇 해가 지나지 않아 새들은 영양이 풍부한 먹이 덕분에 엄청나게 불어난다. 티티새가 우유새로 변종된 것이다.
티티새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스코틀랜드의 우유 제조업체들은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회의를 거듭한다. 새들과의 전쟁이 선포된 것이다. 1950년대 초, 마침 테트라팩이라는 회사가 새로 발명한 특수 종이포장법의 대량수요처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두 회사는 승승의 전략으로 손을 잡고 우유 포장재료를 종이로 바꾸게 된다. 그래서 우유병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흰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 아침 티티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집 앞에서 눈을 피하며 우유병이 배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새로 배달된 것은 병이 아니고, 말랑말랑하게 접착된 종이팩이 아닌가! 익숙한 방법으로 위쪽을 여는데 실패한 새들은 종이팩의 옆을 쪼아본다. 부리에 피가 나도 팩은 열리지 않는다. 말랑말랑해 보이던 종이팩은 생각보다 강하다. 열리지도, 찢어지지도 않는다. 새들은 이미 지쳐서 다른 먹이를 찾을 기운조차 없다. 예전의 먹이를 기억하는 새도 없다. 기억한다 해도 먹이는 폭설에 덮여 있으니 운명은 이미 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그 많던 티티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날 아침 이후 티티새 변종을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왜 티티새는 전설이 되었을까? 한때는 영리했고, 환경을 창조하며 이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종이 왜 갑자기 멸종되었을까? 변화를 선도하고 지식경영을 실천하는 티티새들의 능력은 한때 핵심 강점이었다. 따라서 자연선택의 원리에 의해 개체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갑자기 바뀐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제까지의 핵심 강점이 핵심 약점으로 뒤바뀐 것이다. 변화를 예기치 않았기 때문에 대비하지 않은 결과이다.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변화가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 변화란 그런 것이다. 핵심 강점이 오히려 핵심 약점도 된다는 원리를 우리는 '이카루스 패러독스'라고 한다. 이럴 때 준비된 대안이 없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강요된 죽음뿐이다.
티티새의 전설이 우리의 전설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티티새의 애처로운 사연이 우리 조직의, 우리 가정의, 우리 국가의 사연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청년 실업자에서 명예 퇴직자까지, 우리 이웃에는 제2, 제3의 티티새가 늘어가고 있다.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단순히 불경기의 탓으로만 돌릴 문제인가? 누군가가 예고 없이 게임의 룰을 바꾸어버렸기 때문은 아닌가?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과거의 패러다임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는가?
[해 저물 녘 티티새]
♠이 책의 출간 배경
한국 경제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IMF 사태와 최근 계속되는 세계 경제 불황의 누적으로 우리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위협받고 있다. 때문에 기업 불황 극복을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이라는 용어가 시민권을 획득한 지도 이미 오래다. 지금도 신문과 텔레비전에는 이와 관련된 보도와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처음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행된 이러한 제도는 점차 중소기업으로 확산되었고, 금리인하로 인한 은행원 감축에서 국가 공무원 축소까지 연장되었다.
이는 단지 직장을 잃은 한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업자 양산, 일시적 비용지출에 따른 기업의 자금압박, 남은 직원들의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반발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국내 기업 문화도 상당히 변화되었다. 또한, 창업 관련 서적이나 강좌가 개최되는 등 사회 전반의 풍속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구조조정은 원래 고용인의 자발적인 의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경기 부진에 따른 인원 감축의 수단으로 시행하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자발성을 띠면서도 사실상 강제성이 부여되면서 정리해고와 같은 형태로 진행되는 경향도 있다. 이때 상당량의 특별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직원도 생겨난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결국 개개인의 자발적 선택보다는 직장 내 분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 제일순위로 주목받는 계층은 단연 여성 근로자이다. 아직까지도 가부장적 가치관에 얽매인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와 부양의 책임에서 여성을 제외시켜주지 않는 게 이 사회의 참모습이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남자와 여자에게 있어 '일'이 가지는 경제적·정신적 의미가 다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땅의 여성 근로자들은 너무도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
이번에 출간하는 [해 저물 녘 티티새]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경제적 위기와 변하지 않는 남성 중심적 가치관 속에서 갑절의 희생과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여성 근로자들의 애환과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낸 것으로, 사회 전체에 건전한 노동 인식 전환이 시급함을 부르짖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우리가 목소리로만 접하는 전화 안내원들의 작업 현장을 통해 여성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과 희생을 숨김없이 노출시켜 보이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전화국의 중간관리인 원은서와 그의 애인이며 소설가인 이재륭이다. 작가는 같은 여성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퇴출자 명단 작성을 강요받고 있는 원은서를 통해 구조조정 때문에 겪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의 아픔과 애환, 그리고 여성에게 있어서 '일'이 갖는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이재륭을 통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의 하나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는 두 주인공을 통해 '일'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과 주장을 씨줄과 날줄을 엮어가듯 촘촘히 구성해 가는 작가의 능력이 단연 돋보인다.
따라서 이 소설은 작가의 탄탄한 문장력과 구성력을 바탕으로 한 순수문학적 성과는 물론, 일과 여성의 근로에 대한 사회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해 저물 녘 티티새]는 백 개의 혀를 가졌다는 '티티새'를 통해 오늘 우리 사회의 여성 근로자들의 삶을 절절하게 그려낸 역작 중의 역작임에 분명하다.
사회 전체가 노동의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여성에게 좀 더 용이하게 다양한 직종이 접근 가능하게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인생, 직업, 여성, 여성의 근로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티티새」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울 것이다.
|강기원(변호사·고용평등위원회 위원장)|
김동민은 한마디로 글만 쓰면 되는 작가다. 그만큼 튼실한 문장력과 세모시같이 촘촘한 서사 구조를 이룰 수 있는 작가도 흔치 않다. 대표적 직장 여성인상(像)의 하나인 전화 안내원들의 애환이 핏빛으로 묻어나고 있는 이 작품을 읽으면 울지 않으려 해도 울게 되고, 성내지 않으려 해도 성이 난다.
|구인환(서울대 명예교수·문학과 문학교육연구소 소장)|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방(房)을 밝힐 수 있는 황금의 촛대를 가질 날은 언제쯤일까. 늘 그런 기대를 품고 있기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직장 퇴출이라는, 어쩌면 참 껄끄러운 담화를 이렇게 숨김없이 아프게 잘 드러낸 김동민의 소
설을 만나 반갑다. 퇴출에서 탈주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 열쇠를 이 책에서 찾아라.
|성기조(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남성 작가가, 아니 남녀 작가를 통틀어,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문제를 이 정도로 깊이 파헤친 작품은 아직 보지
못 했다. 평소 한국여성인력개발과 관련된 일을 해 오고 있는 나로서는 가슴에 절절이 와 닿지 않을 수 없다. 백 개
의 혀를 지녔다는 이 「티티새」가 내는 소리야말로 우리 여성들의 목소리,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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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동민
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중앙 월간 문예지 세 곳에 잇따라 장편을 연재하여 호흡이 긴 작가로 알려져 있고, 현재는 〈독서신문〉에 장편 「살구나무 둥지에서」를 2년째 연재하고 있다.
소설집으로 「아마존 강의 초가집」(1998)·「양, 강둑에 서다」(1999)가 있으며, 장편소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1997)·「사랑의 모자이크」(1999)·「가지를 꺾는 나무들」(2000) 등이 있다.
<티티새 와 와인 >
캡이 권위를 지닌 제왕에 비유가 된다면 메를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아한 마담을 연상케 하는 품종입니다.
메를로는 프랑스 특히 보르도에서는 가장 거칠고 남성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캡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 캡으로 빚은 와인은 공허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빈 공간을 완벽히 채워서 커버할 수 있는 품종이 바로 메를로입니다. 메를로란 말의 어원은 멜르(merle)란 티티새의 프랑스어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이 멜르라는 말은 “ 가장 나쁜 적”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이 새가 조생종인 메를로 포도 열매를 게걸스럽게 잘 먹어치워 농부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토종새인 까마귀와 흡사한 모양새를 가졌는데요. 우리의 까마귀가 흉조인것처럼 이 티티새도 별 사랑을 받지 못했나 봅니다. 하기사 한 해 농사 실컷 지어 놓았는데 난데없이 나타나 열매를 모조리 따먹어 버리면 사랑받을 리 없지요. 우리의 농촌에는 조류피해를 막기 위해 허수아비도 세우고, 거짓 대포도 쏘고, 심지어 망까지 씌워서 과수를 보호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어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메를로가 일찍 익는 조생종이라서 더 농부들의 미움을 받았을수도 있겠습니다. 이 티티새는 알자스 로렌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도 등장합니다.
- 어느 알자스 소녀의 이야기-
그날 나는 등교가 무척 늦어졌어요. 게다가 아멜선생님이 분사법(分詞法)에 관해 질문하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책망을 들을까 봐 꽤 겁이 났어요. 그래서 나는 차라리 학교를 가지 않고 벌판이나 싸다닐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날씨는 활짝 개여 있었어요. 숲가에서는 티티새가 떼 지어 지저귀고, 제재소 뒤 리뻬르 들에서는 프러시아 군대들이 훈련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것들이 나에게는 분사법보다 더 마음에 들었지만, 나는 참고 학교로 뛰어갔어요.<중략>
또 요시모토 바나나가 지은 소설 중에 “티티새”란 소설이 있습니다. 여기서 티티새는 죽음의 저편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던 주인공 '츠구미(티티새란 뜻, 한국말로는 개똥지빠귀)‘가 첫사랑을 가슴에 안으면서 그 사랑의 힘으로 죽음의 이편에서 세상을 보듬게 되는 휴먼 스토리입니다.
독일의 레데스하임이란 와인산지에는 티티새골목이 있습니다. ‘라인의 진주’라고 불리는 작은 와인 도시로 라인강 중부 관광의 메카이자 일년 내내 와인과 관련된 각종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 도시의 풍광에 빠져 여기서 와인에 취해 많은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탐스럽고 푸르른 포도 잎사귀, 가지를 드리우며 창가로 다가오네, 동그란 구슬이 되어라. 쌍둥이 포도송이여 무르익어라. 그대들을 상쾌하게 흔드는 것은 풍요로 가득 찬, 사랑 넘치는 드넓은 하늘. 그대들을 으스스 춥게 만드는 것은 달님공주의 상냥한 마법의 입김. - 가을의 느낌, 괴테 와인이 입술을 통해 혀끝으로 전달되는 순간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첫 키스'만큼이나 감미로웠으며, 와인을 마시기 직전의 감정은 '사모하는 사람을 만나기 직전의 설렘'과 비슷하다는 말을 남긴 괴테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여기서라면 와인은 모든 사람의 연인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의미의 이름을 차용한 메를로 품종은 와인에 있어서는 부드러움과 우아함, 세련됨의 대명사인 품종을 의미하게 되는 반전을 하게 됩니다.
이런 반전을 거친 메를로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품종으로 불리게 됩니다. 메를로는
캡과에 속하지만 캡보다 몸집이 더 우람스럽고 탐스럽습니다. 메를로는 캡와인의 단단하지만 마른 골격에 부드러움과 과일의 풍미를 더해 ‘풍부한 ’ 몸집을 만들어 줍니다.
메를로의 포도 한송이 평균 중량은 333.3g이고 한 알이 중량은 평균 1.5g정도 됩니다. 출즙율은 72.9%로 수분함량은 17.6%에 이릅니다.
3월 상.중순에 싹이 트고 4월 중순경 꽃이 펴서 7월 중순에 익으며 평균 136일 정도의 생장기간을 거칩니다. 유효 적산온도는 2612.8도로 적응성은 비교적 강하나 병충해 저항력은 보통인 조생종 품종입니다.
메를로는 껍질이 얇고 캡에 비해 타닌 함량이 적으며 산의 농도도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부드러움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나 봅니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쇼비뇽을 특성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메를로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속도로 재배지역을 넓히고 있으며,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우 영화 ‘사이드 웨이’의 영향으로 피노누아가 갑자기 붐을 일으키고 그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긴 했지만 그 여파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피노누아는 일반인들이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의 아니니까요.
메를로의 인기비결은 역시 ‘부드러움’입니다. 메를로는 조생종인데다가 타닌이 적고 과일향이 풍부해 초보자도 쉽게 마실 수 있으며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마실 수 있는 품종입니다. 여기다가 발음하기도 다른 품종보다는 훨씬 더 부드럽고 쉽습니다.
보통 메를로는 와인에 부드러움을 더하고 캡은 구조에, 카베르네 프랑은 아로마에 기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드러움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메를로는 캡보다 타닌이 적고 당분이 많아 알코올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메를로의 부드러움과 풍미는 포도의 완숙함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완숙된 포도의 타닌은 우리의 혀를 부드럽게 코팅하고 기분 좋게 만들지만 덜 익은 포도의 타닌은 거칠고 불쾌하게 만듭니다.
보르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캡과 메를로의 맛의 차이는 포도가 함유하고 있는 화학성분의 함유량 차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메를로의 특정 화학성분의 양이 캡보다 훨씬 높은데 이로 인해 ‘캐러멜’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메를로의 고향은 보르도지역입니다. 보르도 중에서도 지롱드강 우안에 위치한 셍테밀리옹과 포므롤이 본고장입니다. 이 지역은 여름이 무덥고 가을은 길고 포근하며, 겨울은 따스하고 건조한 특수 기후를 가진 온화한 대양성 기후를 띄고 있습니다. 토양은 모래, 점토질, 자갈, 석회질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와인에 풍부함과 복잡 미묘한 맛을 더해줍니다.
흔히 가족단위로 운영되는 이 지역의 와인양조자들은 장인정신이 투철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대량소비에 적합한 표준화된 제품이 아닌 '맞춤 와인'을 생산합니다. 바로 이 지역에서 '수작업 와인'이란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1855년 제정된 보르도의 공식 품질 등급 분류에서 보르도에 속한 각 지역은 자체적인 와인의 등급을 가지게 되는데, 생테밀리옹 지역은 매 10년마다 다시 등급조정을 하는 유일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생테밀리옹의 와인 등급은 그만큼 더 신뢰를 받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올해 또 다시 생테밀리옹 지역의 와인들은 또 한번 지각변동을 겪게 됩니다. 기존의 그랑크뤼에 들어 있던 샤토가 이번 등급조정에서 빠지게 될 수도 있고, 신생 샤토가 그랑크뤼에 진입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1855년도 등급분류에 포함되지 않았던 포므롤 지역은 지금까지도 와인의 등급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평가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받는 소비자의 평가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지요.
보르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바로 포므롤에서 생산되는 샤토 페트뤼스라는 와인입니다. 포므롤지역은 규모가 작고 생산량이 적지만 희소가치로 이름이 난 지역입니다. 그래서 아마 정부의 평가보다는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샤토 페트뤼스는 메를로를 95%이상 사용하는 와인이지요. 사실 메를로의 위대함은 이 페트뤼스로 인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르도지역에 61개의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들이 있지만 이 페트뤼스를 능가하는 와인은 하나도 없습니다. 부르고뉴의 로마네 콩티와 상벽을 이루는 프랑스의 자존심이 바로 이 페트뤼스 와인입니다.
보르도 지역에서 종품종으로 브랜딩의 정점에 서 있던 메를로가 지롱드강 우안으로 옮겨서는 안방을 차지하고 다른 품종들을 불러 들여 제 구미에 맞게 가려서 사용합니다.
보르도 다음으로는 미국의 캘리포니아가 메를로의 제2의 고향입니다. 1970년대 이후에 전래돼 오늘날 주요한 품종으로 자리잡은 메를로는 캘리포니아의 기후와 최상의 궁합을 보여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블랜딩와인의 종품종뿐 아니라 단일품종의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메를로 품종의 특징을 비교해봤습니다.
보르도와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곳이 바로 이태리입니다. 잘 아시는 위대한 반항아 ‘슈퍼 투스칸’을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지요.
특히 투스칸지역에서 날씨의 위험(특별히 9월달의 비)로부터는 다른 어떤 품종보다도(특히 산지오베제) 내성이 강해 와인그로어로부터 대환영을 받는 품종입니다.
그 중에서도 볼게리에서 생산되는 마세토(masseto)와인은 메를로 100%를 사용한 슈퍼 투스칸으로 유명한 와인입니다.
이외에 메를로는 와인을 생산하는 전세계에서 재배되며 와인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메를로를 베이스로 한 와인이나 단일품종의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다음은 메를로 품종이 지니고 있는 아로마와 부케입니다.
메를로와 음식의 궁합입니다.
a. 채소 : 가지, 호박, 토마토, 피망 등을 오븐에 구운 경우에는 약간의 산도를 가지고 있는
레드 와인으로 부드러운 메를로가 적합합니다.
b. 치즈 : 일반적으로는 치즈의 감촉과 맛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는데, 잘 숙성된
메를로는 부드러운 까망베르 또는 단단한 경질 치즈와 어울립니다.
c. 양고기 : 깊고 진한 맛이 나지만 타닌과 산도가 적은 메를로가 좋으며, 특히 뽀므롤 와인이 좋습니다.
d. 꿩고기 : 고기의 진함과 육질을 커버할 수 있는 숙성된 메를로가 좋습니다.
티티새-요시모토 바나나
[ 책소개 ]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 소녀들의 눈부신 사랑 이야기
데뷔작『키친』에 이어 1988년에 발표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장편소설로, 어느 한적한 여름 바닷가를 배경으로 소녀에서 여자로 탈바꿈하는 열아홉 살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바나나 특유의 예민한 감성과 문체가 '너무 맑아서 조금은 정처없고, 절박하기도 했던' 사춘기의 소녀의 내면을 잘 묘사해내고 있다. 바다 내음 속절없고, 잠은 오지 않는 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꿈꾸던 그 시절의 풍경이 물씬 밀려온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
김난주
1987년 쇼와(昭和)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츠마(大妻)여자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서를 번역하였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등이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바나나는 대중적으로도 <하루키 현상>에 버금가는 <바나나 현상>이란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초판을 찍은 『키친』은 지금까지 250만부가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도마뱀』 역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250만 이상의 열성적인 팬들을 갖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은 기존의 일본 순수문학이 기본 덕목으로 삼았던 엄숙주의의 대극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이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추구하는 문학관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전적 교양 따위는 애초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시대적(문화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실제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 뮤직, TV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거꾸로 바나나의 소설『키친』과 『암리타』는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 책속으로 ]
"그래, 츠구미가 연애를 한단 말이지?"
아버지가 말했다. 그는 다정했다. 이전에는 그 다정함이 그의 인생에 갖가지 걸림돌이 되었지만 생활이 평화로워지니 햇살을 받아 빛나는 산처럼, 침착하고 밝아보였다. 이렇게 보고 있으려니, 만사가 제자리에서 자기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아주 신성하고 좋은 일 같았다.
"그럼요, 하고 말고요." (...)
"그렇게 대단한 연애를 한단 말이니?"
"어디 이모부만 하겠어요. 애인을 숨겨놓고 드나들었으니. 어떻게 되려나 했더니 그 사랑을 관철시켰잖아요."
이 두 사람은 성격이 잘 맞았다. 융통성이 없고 남자다움을 고집하는 타입인 츠구미의 아버지가, 츠구미의 이런 경망스러운 말투에 화를 내며 저녁을 먹다 말고 아무 말 없이 일어나는 장면을 몇번이나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아랑곳 않고 살아온 츠구미지만, 우리 아버지는 우유부단하기는 해도 악의와 선의를 구별할 줄은 알았다. 그래서 츠구미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보기 좋아서, 사랑스러운 기분으로 듣고 있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성격도 그렇지만, 역시 상대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아버지가 말했다.
"이모도 인내심 많고, 뭐니 뭐니 해도 미인이잖아요. 난 이모가 평생 여기 살고, 이모부는 끝까지 왔다 갔다만 할 줄 알았어요. 그런 게 애첩의 왕도잖아요."
"끝이 보였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솔직한 아버지가 말했다. 철부지 소녀가 아니라, 운명의 여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랑이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빠져 있는 거야, 나이가 몇이든. 그러나, 끝이 보이는 사랑하고 끝이 안보이는 사랑은 전혀 다르지, 그건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알 수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즉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야. 지금 우리 마누라를 처음 알았을 때, 갑자기 내 미래가 무한해지는 듯한 느낌이었어. 그러니까, 꼭 합치지 않아도 상관없었을지도 모르지."
"그럼 난 어쩌고요."
라고 나는 농담 삼아 말해 보았다.
"몰론 너도 있었고,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다."
아버지는 소년처럼 기지개를 펴고,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쳐다보았다.
"아무튼,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최고야."
"그렇게 딱 잘라 말하는 단순함이 좋다니까요, 이모부는 나를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는, 흔치 않는 사람이에요."
츠구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pp 121~122
아무리 자연이 낳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츠구미의 망가진 육체에 츠구미의 마음이 깃들여 있다는 것은 무척 애처로운 일이었다. 츠구미에게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깊고, 우주에 닿을 만큼 강하게 불타오르는 영혼이 있는데, 육체가 영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 허망한 에너지가 쿄이치의 눈동자에 있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리라. (...)
집 안에서는 여전히 가족들에게 온갖 앙탈을 부리고, 포치의 먹이를 걷어차고서는 사과도 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배를 드러내놓고 자면서, 쿄이치와 있을 때의 츠구미는 너무도 행복한 듯 빛나 보여, 어째 삶을 서두르고 있는 듯한 생각마저 들었다. 희미한 불안, 마치 구름 사이로 새나오는 빛처럼, 가슴속이 에이도록 불안해졌다. 늘 츠구미의 삶은, 그렇게 두려웠다. 감정이 육체를 휘두르는 것 같고, 찰나에 생명을 깎아먹는 것 같고, 그리고 눈부셨다.
--- pp 107~110
"예를 들어서 말이야, 지구에 기근이 찾아온다고 해봐."
"기근? ...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니니? 감이 안 온다."
"야 좀,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니. 그래서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졌을 때, 난 태연하게 포치를 잡아먹을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물론 나중에 훌쩍훌쩍 울고, 모두를 위해서 희생해 줘서 고맙다, 미안하다면서 무덤을 만들어주고, 뼛조각을 펜던트로 만들어 내내 걸고 다니는, 그렇게 어중간하게는 말고, 가능하면 후회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정말 태연하게 '포치, 너 정말 맛있더라.' 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 뭐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가느다란 팔로 무릎을 껴안고 황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츠구미의 모습과, 그녀가 하는 말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커서 나는 왠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못돼 먹은 사람이 아니라, 좀 이상한 사람 아니니?"
나는 말했다.
"그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항상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는 자기 자신을 막을 수가 없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올바른 사람이면 좋겠다."
--- pp 67~68
[ 출판사 리뷰 ]
카이엔 문학상(1987) 신인상, 이즈미교카 상(1988) 등 일본의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여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의 장편소설 『티티새』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나나는 『티티새』로 일본의 양대 대중문학상의 하나인 야마모토 슈고로 상(1989년, 제2회)을 수상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제 일본이나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대중적인 인기와 문학성을 고르게 인정받고 있고, 출간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목록을 장식하는 작가다.
『키친』을 비롯한 세 편의 단편으로 세상에 각인되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티티새』는 그녀의 작가적 역량과 긴 호흡을 실험하면서 처음으로 시도한 장편소설이다. 『티티새』는 미국(Grove Press), 영국(Faber and Faber), 이탈리아(Feltrinelli) 등지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눈부신 햇살로 가득 찬 여름날의 사랑 이야기
『티티새』는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열아홉 살 시절 여름의 추억을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인 마리아와 그녀의 사촌 츠구미, 요코 언니와 함께한 그 여름은 눈부신 태양만큼이나 인상적인 추억을 남겼다.
“츠구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러운 여자 애였다.”라는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사촌 츠구미는 엉뚱하고, 괴팍스러운 말괄량이였다. 그녀는 때로 지나친 장난으로 주위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때로 가슴 따뜻한 행동으로 눈물짓게 만들었다. 츠구미는 어린 시절부터 몸이 허약해 자주 병을 앓아서, 온 식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래서 다들 그녀의 엉뚱한 행동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곤 했었다.
마리아(화자인 ‘나’)의 아버지는 전처와 별거 중이었고, 전처와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마리아와 어머니는 이모네가 운영하는 바닷가 마을의 야마모토야 여관에서 지낸다. 츠구미와 요코 언니는 이모네 딸들로, 마리아와 츠구미는 동갑이었고, 요코 언니는 두 살 위였다. 츠구미가 무슨 짓을 하든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이모네 가족과는 달리 마리아는 츠구미의 괴짜스러운 짓을 참을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 츠구미가 도깨비 우편함(부서진 백엽상에 편지를 넣어두면 영계와 소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편지를 찾아온다. 살아 계실 때 마리아를 유난히 아끼셨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 눈물을 흘렸지만, 다음 날 그 모든 것이 츠구미의 장난으로 판명되면서 마리아는 불같이 화를 낸다. 제아무리 심한 장난을 쳐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던 츠구미의 입에서 “마리아, 미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사건을 계기로 마리아와 츠구미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아버지의 이혼 문제가 해결되고, 대학 진학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마리아는 도쿄로 떠난다. 어린 시절을 보낸 바닷가 마을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마리아는 이모네 가족들과 이별한다. 그해 여름방학에 마리아가 바닷가 마을을 다시 찾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나도 변한 것 없이 여전히 짓궂은 츠구미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그들은 쿄이치와 그의 강아지 겐고로와 마주친다. 마을에 새로 생기는 호텔집 아들인 쿄이치에게 츠구미는 단박에 호감을 느낀다. 마리아는 우연히 재회한 쿄이치에게 아파서 누워 있는 츠구미를 위해 문병을 가자고 하고, 여전히 엉뚱한 짓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츠구미를 쿄이치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 여름 두 사람은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들어설 대형 호텔에 앙심을 품고 있던 동네 사내들이 쿄이치의 강아지 겐고로를 훔쳐가는 사건이 벌어진다. 쿄이치만큼이나 겐고로를 아끼던 츠구미는 바닷가에서 허우적대던 겐고로를 찾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겐고로는 그날 밤으로 다시 없어지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겐고로가 없어져 시름에 빠졌던 쿄이치는 집으로 돌아간다. 겐고로와 쿄이치를 모두 떠나보낸 츠구미는 겐고로를 잡아간 사내들에게 복수한다. 그러느라 안 그래도 허약했던 츠구미의 건강은 악화되기에 이른다. 여름방학이 끝나서 다시 도쿄로 돌아온 마리아는 츠구미가 심각한 상태라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지만, 츠구미는 한결 나아진 상태로 마리아를 맞는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말을 하는 츠구미를 뒤로하고 돌아오지만, 며칠 후에 츠구미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녀들의 찬란한 계절
『티티새』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열아홉의 여름을 그린 소녀들의 성장소설이다. 또한 죽음 저편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던 주인공 츠구미가 첫사랑을 가슴에 안으면서 그 힘으로 죽음의 이편에서 세상을 보듬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리아는 말괄량이 츠구미와 어울리면서 자신이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한 번쯤은 울컥 화가 치미는 일이 있다. 그런 때면 늘,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츠구미에 비하면 이까짓’ 하고 염불처럼 중얼거린다. ― 「도깨비 우편함」 중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보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해 간다. 그런 사실을 다양한 형태로, 거듭 확인하면서 나아간다. 그래도 정지시켜 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 같은 밤이었다. 온 사방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조그많고 고요한 행복으로 충만해 있었다. ― 「축제」 중에서
자신이 죽을 거라 믿고 마지막으로 마리아에게 보낸 츠구미의 편지에서는 그 여름을 보내며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츠구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츠구미를 옆에서 지켜본 마리아도 이제 완연한 스무 살의 여인으로 성장했다.
『티티새』를 읽다 보면 츠구미의 엉뚱한 장난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츠구미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에 연민과 애정을 느끼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바나나의 탁월한 인물 구성을 눈여겨볼 만하다. 바나나는 단순한 인물 묘사가 아니라 행동과 말투, 다양한 사건 등을 통해 츠구미, 마리아, 요코 언니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빚어냈다. 또 이 작품에서도 바나나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특히 여름 바닷가를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을 그리는 듯한 생기 넘치는 묘사로 그려졌다. 초기 작품인지라 다소 어색한 듯, 서툰 듯한 묘사가 역으로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감 있는 힘을 발휘한 듯하다. 바나나의 독특한 문체와 묘사를 그대로 살려내는 데에는 김난주의 탁월한 번역이 큰 몫을 했다. 김난주는 바나나의 대부분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작가의 특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감칠맛 나는 번역을 해냈다. 한편,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인 ‘티티새’는 여주인공 츠구미(つぐみ, 동음이의어로 티티새(개똥지빠귀)라는 뜻)의 이름을 풀어 쓴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티티새』는 김난주의 새로운 번역으로 현대적인 감성에 훨씬 더 가까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츠구미는 말괄량이 같은 소녀 시절을 지낸 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츠구미는 바로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는 그 누구일 수도 있고, 바로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일 수도 있다.
[ 미디어 리뷰 ]
"일상 속의 작은 깨달음에 인생이 아름답다"
길을 걷다 발에 차인 햇살에 감동한다. 봄비가 달려드는 창가에 서서 상념에 잠긴다. 작은 감동과 기쁨, 또는 낙담과 분노…. 인생은 대충 그런 것들이 쌓여서 완성된다. ‘티티새’는 드라마틱하지 않더라도 매 순간이 형형색색의 의미들로 가득 찬 우리의 보통 인생을 예찬한다.
소설은 극적이지 않다. 작은 굴곡들이 드문드문할 뿐이다. 소설의 화자인 마리아와 그녀의 엄마는 이종사촌 츠구미네가 운영하는 바닷가 여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엄마는 첩이다.
아빠는 본처와 헤어져 마리아의 엄마와 살고 싶어 한다. 마리아의 눈과 입을 통해 중계되는 소설의 주인공 츠구미는 태어날 때 “오래 살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며 모든 것을 용서하는 가족들 때문에 츠구미는 버릇없는 아이로 자란다. 마리아와 츠구미는 싸우면서 친해진다. 츠구미는 남자친구의 개를 죽인 동네 불량배를 꾀어내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뜨려 복수하지만, 허약한 몸으로 땅을 파다 병이 도저 죽음 문턱까지 갔다 온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이냐’는 의문의 해답은 “그 아무것도 없음, 언제나 바다가 있고, 산책과 수영과 해질녘이 되풀이될 뿐인 나날의 느낌을 어딘가에 반듯하게 정리해 놓고 싶어 소설을 썼다”고 한 작가의 말 속에 있다.
작가는 우리가 스치듯 지나쳤을 법한 작은 깨달음들을 족집게로 집어내 하나하나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버텨낼 삶의 에너지를 분노와 증오에서 빌려본 사람이라면 츠구미가 병상에서 ‘이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죽을 거야… 열정이 없어 증오심도 없고’(184쪽)라고 토로하는 장면에 고개를 끄덕인다.
마리아는 아버지에 대해 ‘그는 다정했다. 이전에는 그 다정함이 그의 인생에 갖가지 걸림돌이 되었지만 생활이 평화로워지니 햇살을 받아 빛나는 산처럼 침착하고 밝아보였다’(119쪽)고 평한다. 젊은 남자의 다정함은 치정 사고를 부르고, 늙은 남자의 다정함은 가정의 평화를 이루는 법인가.
아빠는 본처와 이혼하고 마리아 엄마와 새 가정을 꾸린다. 아빠와 함께 살게 된 기쁨을 마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 너무 오버히트하면 안 되요. …빨리 들어오려고 애쓰고, 나한테 옷 사주고, 그런 거 너무 많이 하면 금방 지치잖아요. …갑자기 가정이 싫증나서 바람을 피운다거나… 가족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다거나 그런 거요.”(46쪽)
그렇다면 망각은? 그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지만, 망각할 수 있음을 서글퍼하는 이들에게는 아픔이기도 하다. 마리아와 엄마는 아빠와 함께 살게 된 기쁨과 함께 그로 인해 떠나온 바닷가 마을을 그리워한다. “한껏 바다 냄새를 맡고 싶어진다. 이렇게 강렬한 충동도 언젠가는 희미해질 것이라는 아픔”(48쪽)이라는 고백은 그래서 한 것이다.
소설의 문장은 시처럼 눈부시고 소설 속 풍경은 영화처럼 생생하다. 바나나이기에 쓸 수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 조선일보 책마을 김태훈 기자 (2003년 5월 17일 토요일)
열아홉 꿈 많던 시절의 사랑-우정
『키친』 『하드보일드 하드 럭』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린 성장소설. 화자인 열아홉 살 소녀 마리아와 사촌 쓰구미, 요코 언니가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여름 한철이 담겨 있다.
어머니와 별거 중인 아버지 때문에 ‘나’와 어머니는 이모네가 있는 바닷가 마을의 한 여관에서 여름을 보낸다. 이모의 딸인 쓰구미는 밉살스러운 말괄량이 소녀. 어린 시절부터 몸이 허약해 식구들의 걱정을 산 탓에 모두들 그의 엉뚱하고 괴팍한 행동도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었지만 ‘나’는 도무지 쓰구미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어느 날 쓰구미는 영계(靈界)와 소통할 수 있다는 도깨비 우편함에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편지를 가져다준다.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나’는 눈물을 흘리지만 이는 쓰구미의 장난. ‘나’는 불같이 화를 내고 쓰구미는 처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로 떠났던 ‘나’는 그해 여름방학에 다시 바닷가 마을을 찾는다. 이들은 함께 바닷가를 거닐다 교이치와 그의 강아지 겐고로를 만난다. 쓰구미와 교이치는 첫 눈에 호감을 느끼고…. 쓰구미는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빠져 있는 거야.”
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성으로 잘 직조된 우정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꿈 많던 시절의 한 자락을 찾아 너울댄다.
--- 동아일보 책의향기 조이영 기자 (2003년 5월 17일 토요일)
호랑가시나무와 티티새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 위를 오르던 예수에게 지빠귀과의 티티새인 로빈이 날아와 부리로 가시를 파내 고통을 덜어주려 했다고 한다. 가시관의 날카로운 가시에 이마를 찔려 피를 흘리고 있을 때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티티새 자신도 가시에 찔려 가슴을 피로 물들이며 죽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후 가슴이 붉은 그 새에 의미를 두며 소중히 여기게 됐고, 또 그 새가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유난히 잘 먹다 보니 성탄과 연관지어 장식이나 카드 등에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음력 2월이 되면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꺾어 정어리 머리를 꿰어 처마에 걸어놓곤 하던 풍습이 있었다고도 한다. 호랑가시나무의 가시가 귀신의 눈을 찌르고, 정어리의 눈 또한 귀신의 눈을 바라보아 악귀가 무서워 도망간다는 이야기. 그렇듯 가시가 달거나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들의 경우 옛날 사람들은 악귀를 쫓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믿곤 했었다.
호랑가시나무의 그 가시가 그리고 경인년 맹위를 떨치며 기세를 펼쳐 줄 호랑이가 내년 한 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평온하게 지켜주는 좋은 파수꾼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새해를 맞으며 옛날 사람들처럼 그렇게 한 번쯤은 슬그머니 벽사에 기대어 보고도 싶어지는 마음이다.
실버넷뉴스 박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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